가장 심각한 갈등은 재경부와 금융감독위원회간에 빚어지고 있다. 재경부가 추진하면 금감위가 실행을 않고, 금감위가 주도하는 일은 재경부가 사사건건 반대하고 나서는 것이 요즘의 현실이다. 개혁은 급하고 할 일은 태산같은데 두 기관이 서로 발목만 걸고 있어 되는 일이 없다고 금융계 인사들은 안타까워 한다. 겉으로는 일이 진척되는 것 처럼 보이지만 안으로는 이처럼 눈에 안보이는 힘겨루기로 개혁은 시늉뿐이라는 것이다.
최근의 사례로 중소기업지원 문제를 들 수 있다. 정부는 작년 11월 금융개혁의 일환으로 중소기업 보증기관인 보증보험사들을 하나로 통합하고 기능정상화 조치를 시작했다. 그러나 금감위가 세운 보증보험사 정상화계획중 정부지원 부분을 재경부가 차일피일 미루고 집행을 반대하는 바람에 설을 앞두고 수백개의 견실한 중소기업들이 보상금을 받지 못해 도산위기에 몰려 있다. 상황이 급박한데도 두 기관은 협조해서 해결할 생각보다 누구 배짱이 더 센가를 시험하듯 등을 돌리고 있다. 그러고도 대통령이 중소기업자금 문제를 거론하기만 하면 서로 앞으로 나가 생색내기에 바쁘다.
반대로 재경부가 추진하는 일이 금감위의 발목걸기로 지연되는 사례도 허다하다는 것이 시중 금융계의 중론이다. 또 재경부와 공정거래위원회 그리고 재경부와 한국은행간의 갈등도 그치지 않는다. 통상업무의 소재도 적잖은 부작용을 보여주고 있다. 부처간 이견이 정책적 견해차이라기보다 대부분 업무영역을 놓고 벌어지는 감정싸움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이미 정부내 경제정책 조정기능은 사라진지 오래다. 그것이 기형적인 정부조직에서 비롯된 것인지 구성원들의 비뚤어진 자존심에서 기인한 것인지는 모르나 속히 시정되어야 할 대상이다.
기능조정을 앞두고 조직간 로비전이 치열하다고 한다. 반성해야할 조직들이 영역확대에 앞장서는 모습이다. 분명한 것은 당국이 부처이기주의에 흔들리지 말고 경제의 장래를 보는 시각으로 개편안을 결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어느 업무가 어디로 가든 상관없다. 정부 부처내에서 반목과 갈등을 없애고 업무가 올바른 방향으로 공정하고 확고하게 추진된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개혁의 갈길이 바쁜 우리에게 경제부처 기능의 효율성은 그 어느때보다 강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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