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사람들]지하공간서 여가 즐긴다

  • 입력 1999년 2월 7일 19시 30분


‘놀고 있던’ 아파트의 지하공간이 문화 학습 스포츠 등 주민들의 여가문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요로레이디, 요로레이디….’

목요일 오후 서울 관악구 봉천3동 현대아파트 단지. 아이들이 부르는 청아한 요들송 소리가 지하주차장에 새어나온다. 124동 앞 지하주차장의 ‘문화교실’에서 요들송 강습을 받는 초등학생들이 부르는 노랫소리다. 여기서는 이 강습이 끝나면 한지공예 강좌가 열린다.

이곳은 아파트 부녀회가 주민회의실을 개조해 꾸민 문화교실. 지난 여름의 일이다. 그동안 여러 강좌가 열렸지만 9∼12월의 기공체조(1주 2차례)가 가장 인기 있었다. 40∼50대 주부 30명이 이곳에서 수련했는데 날씨가 풀리는 3월 다시 열 계획이라고 한다. 문화교실에는 2천여권의 책도 비치돼 있다. 입주민에게는 무료대여 해준다. 이곳에 비치된 책은 6개월에 한번씩 서울 종로 도서관에서 2백권씩 대여해온 것들. 이처럼 따로 돈을 들이지 않고 문화교실을 운영하는 입주민들의 재치가 곳곳에서 엿보인다.

부녀회장 원미희(元美姬·42)씨의 말. “문화교실은 부녀회가 쓰레기 분리수거를 통해 수거한 폐품을 팔아 얻는 수익과 알뜰시장을 열어 남기는 이익으로 운영하지요.”

올해는 문화교실 안에 초중고생들이 하교한 뒤 이용할 수 있는 공부방도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경기 수원시 권선구 권선동 성지아파트 105동 지하실의 헬스장. 평수가 넓지 않은 시영아파트인 이곳에는 젊은 부부들이 많은 점을 감안, 헬스장 바로 옆에 볼풀장 암벽타기시설 등 유아놀이 시설도 설치했다. 관리사무소장 이동호(李東浩·42)씨는 “주민들이 한 장소에 어울려 운동을 하며 서로 가족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시 일산구 마두1동 백마마을3단지 아파트 지하실에서는 하루 세차례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에어로빅 강좌가 열리고 있다. 부녀회는 지난해 7월 30평 규모의 주민회의실에 방음장치를 설치하고 벽면에 거울을 부착, 훌륭한 에어로빅장을 만들었다. 입주민 이모씨(35·여)는 “저렴한 수강료(3개월에 5만원)도 장점이지만 가까이에 있고 편한 시간을 선택해 이용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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