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는 세상]사시 형법「최고의 명강사」신호진씨

  • 입력 1999년 2월 7일 20시 01분


사법고시 필수과목인 형법분야에서 ‘최고의 명강사’로 꼽히는 신호진(申晧晋·41)씨. ‘이보다 더 잘 가르칠 수 없다’는 칭송을 받는 신씨는 사실 사법시험에서 일곱번이나 떨어진 ‘상습 낙방자’다.

하지만 수만명의 고시준비생들에게 그의 강의 노트는 ‘합격으로 가는 지름길’처럼 알려져 있다.

신씨는 연세대 재학시절인 86년 1차시험 낙방을 시작으로 87년부터 2차시험에서만 6년 연속 쓴잔을 마셨다.

신씨는 말한다. “시험은 ‘학문’과 다르죠. 심도있게 연구하는 것보다 잘 정리하고 열심히 암기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때는 그걸 몰랐어요. 책만 여러권 깊이 있게 보면 되는 줄 알았죠. 요령이 없었습니다.”

연속된 낙방에 가족도 지쳤고 신씨도 지쳤다. 가난한 집안살림으로 결국 92년부터 월급 70만원의 학원 강사로 나섰다.

“첫 강의 때 대학교수처럼 무게를 잡고 강의를 했죠. ‘행위란 무엇인가’에 대해 거창한 설명도 하고요. 그런데 수강생의 절반이 못듣겠다며 나가버리더라고요.”

신씨는 그제서야 고시생들이 원하는 것은 해박한 학문적 지식이 아니라 ‘깔끔한 요약’이라는 것을 간파했다.

그는 곧 강의의 ‘품격’을 낮췄다. 일상생활에서 나올 수 있는 재미있는 예를 많이 들었다. 일곱번 낙방의 ‘풍부한 경험’이 큰 밑천이 됐다.

고시생들 사이에서 ‘쉽게 가르치는 명강사’ ‘가려운 곳을 긁어 주는 사람’이라는 소문이 나돌았고 곧 수백명의 수강생이 몰려들었다.

“강사로 나서 돈도 많이 벌었죠. 하지만 아직도 사법시험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습니다.”

그가 다시 시험에 도전한다면, 그리고 만약 또 떨어진다면 그야말로 고시촌의 ‘최대 화제’가 될 것이 분명하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