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물가 오름세는 명절특수(特需)에 따른 구조적인 측면이 없지 않지만 올 설 물가 불안은 이미 예고되었다는 점에서 물가대책의 허점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지난해 과일류 작황이 좋지 않았고 라니냐 등의 기상이변으로 해수온도가 올라가 명태 등 한류성 어종의 어획량이 크게 줄어든데다 최근 한일어업협정에 따른 각종 생선의 출하량 감소는 일부 제수용품의 수급불안을 진작부터 예견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 성수품목이 일제히 뜀박질을 한 데는 이에 미리 대처하지 못한 물가당국의 책임이 크다. 물론 정부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농산물의 경우 지난 1일 설 성수품 물가안정대책회의를 갖고 쌀 쇠고기 사과 배 감귤 참깨 등 11개 품목의 수급안정대책을 마련해 정부 비축물량 방출과 농협 축협 등의 계통출하를 크게 늘리기로 했다. 또 특정품목은 생산자단체가 주관하는 산지 직송의 특판행사를 통해 시중가격보다 10∼30% 싼값에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관계기관 합동의 물가대책반을 편성해 성수품 가격 및 출하동향 점검과 일부 유통업자들의 매점매석을 강력히 단속하겠다는 다짐도 빼놓지 않았다.
그러나 설 물가는 떨어지기는커녕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거기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탁상행정으로 수급동향을 잘못 판단했거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물가대책과 관리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명태값 등이 크게 오르자 뒤늦게 수입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 그 단적인 예다.
지금이라도 농축수산물값이 더이상 오르는 것을 막아야 한다. 설 물가 급등은 그것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연초부터 시작된 공공요금 인상과 더불어 물가오름세 심리를 자극할 우려가 있다. 더구나 한번 오른 물가는 좀처럼 내리지 않는다. 정부는 올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3% 이내로 억제한다는 방침이나 지금처럼 생필품값이 뛰어오르고 공공요금 인상이 뒤따르면 물가안정 또한 낙관할 수 없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물가만은 확실하게 잡아야 한다. 지금 시중에는 돈이 넘쳐나고 있는 상태다. 물가가 불안해져 인플레현상으로 이어진다면 지금까지의 경제회생노력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