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후세인 서거 이후의 요르단 국내외 정세다. 요르단은 일단 후세인의 맏아들 압둘라 국왕 중심체제를 확립했지만 왕위계승을 둘러싼 권력층 내부 갈등이 완전히 해소된 상태는 아니라고 한다. 요르단내 팔레스타인 사람만 해도 전체 인구의 60%다. 그들은 94년 이스라엘과 체결한 평화협정을 적극 반대해 언제 감정을 폭발시킬지 모른다. 실업률도 22%로 경제는 말이 아니다. 그동안 후세인의 카리스마에 눌려 있던 불만세력이 고개를 든다면 요르단 정세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후세인 사후(死後)의 권력공백을 메우는 작업이 결코 간단치 않은 실정이다.
압둘라 새 국왕은 지금까지의 외교노선을 고수할 것이라고 했지만 선왕(先王)이 구축한 아랍국가간의 절묘한 외교적 세력균형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 요르단의 친(親) 서방정책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이라크나 시리아 또는 팔레스타인 과격파들이 갓 출범한 압둘라 국왕체제를 위협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요르단에는 반정부인사를 포함한 수십만명의 이라크인들이 대피해 있다고 한다. 요르단으로서는 이라크 정부에 더욱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요르단이 흔들리게 되면 그 파장은 중동지역 전체에 번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일찌감치 압둘라국왕을 지지하고 나선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정치 외교적 경험이 일천한 압둘라국왕이 하루 빨리 국내 권력기반을 다지고 선왕과 같은 ‘중동평화의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혹시 아랍의 일부 국가들이 패권추구를 위해 요르단의 어려운 국내외 사정을 악용하려 든다면 당장 중동평화가 위협 받는다. 후세인 사후 어느 때보다 동요 가능성이 큰 중동지역의 안정 유지를 위해서도 서방국가들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된다.
중동지역의 안정은 우리에게도 중요하다. 이 지역의 갈등이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지난 경험이 말해 준다. 더구나 요르단은 우리와 62년부터 국교관계를 맺은 우방이다. 새로운 지도자를 맞은 요르단의 위상과 역할에 흔들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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