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김민종/『어머니 건강하세요』

  • 입력 1999년 2월 8일 18시 56분


어머니, 제 몸이 편하고 바쁘게 지낼 때는 어머니를 생각하지 못하는 건 어릴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것 같습니다. 지난번 휴가때 어깨 한 번 주물러 드리지 못한 아쉬움이 경계작전 내내 매서운 추위보다 더 제 마음을 괴롭혔습니다.

훈련소 시절 어머니 편지를 읽을 때의 가슴 뭉클함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맞춤법도 틀리고 잘 쓴 글은 아니었지만 몇년 동안 울지 않았던 아들은 참을 수 없었습니다. 병환 때문에 평소 어머니가 편지 쓸 여유조차 없었음을 나중에나 알게 된 저는 숙연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새벽 유격행군을 하며 힘이 들어 군장을 벗어버리고 싶었을 때도 어머니를 생각하며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지난해 가을 암수술을 받으시고도 제가 걱정할까봐 말씀도 안하신 것을 한달 뒤 동생을 통해 알았습니다. 위험한 수술 앞에서도 어머니는 끝까지 아픔을 혼자 감내하셨습니다. 이번 휴가때 어머니의 화장대에는 보지 못했던 약이 더 있었지만 여쭤볼 수 없었습니다.

지금은 어머니의 사랑에 그저 고마워할 수 밖에 없지만 6월 제대하면 10년동안 한번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다니셨던 일터에 대한 부담도 덜어드리고 싶습니다. 휴가 때마다 어머니께서 진수성찬을 차려주셨죠. 제가 먹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셨던 것처럼 이젠 어머니가 잘 드셔야 이 아들도 배가 부를 것 같습니다. 어머니께 바람이 있다면 이것 하나 뿐입니다. 조금 더 믿음직한 아들이 되어 돌아갈 때까지 건강하십시오.

김민종(육군 오뚜기부대 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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