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오(戊午)년에 발표됐기 때문에 무오독립선언서로도 알려진 대한독립선언서는 최초의 독립선언서라는 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비해 2·8독립선언문은 일제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도쿄 한복판에서 낭독된 점이 주목된다. 특히 20일 후 서울에서 일어난 3·1독립만세시위의 도화선이 됐다는 점에서도 2·8선언문의 가치는 더욱 높이 평가된다.
▽2·8독립선언이 갖는 역사적 의의 때문에 선언문이 낭독됐던 도쿄 한국YMCA회관에서는 매년 뜻깊은 기념식이 거행돼왔다. 80주년이 되는 올해는 본국에서도 독립운동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성대한 기념식이 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참석자들의 표정은 어두웠다고 한다. 도쿄 한국YMCA회관을 짓기 위해 외환은행 도쿄지점에서 빌린 1백억원은 갚았으나 이자 35억원을 못갚아 조만간 경매될 위기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2·8독립선언의 산실인 도쿄 한국YMCA회관이 만의 하나 경매된다면 민족적 수치가 아닐 수 없다. 도쿄 한국YMCA는 일제 때 유학생을 비롯한 한국인들의 정신적 구심점이었고 해방 후에도 재일교포 사회를 위해 여전히 기여하고 있는 국가기관 못지않은 민간기관이다. 정부 은행 YMCA가 머리를 맞대고 좋은 해법을 찾아야 할 때다.
임연철<논설위원〉ynch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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