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임연철/도쿄 한국YMCA회관

  • 입력 1999년 2월 8일 19시 24분


1919년 서울에서 발표된 3·1독립선언서는 전국적인 만세시위를 촉발시켰다는 점에서 일제시대 우리 민족이 남긴 가장 중요한 역사적 문서로 꼽힌다. 그러나 독립운동 연구자들은 그에 앞서 1918년 11월(음력) 만주와 노령에서 발표된 대한독립선언서와 1919년 2월8일 도쿄에서 발표된 2·8독립선언문의 중요성도 3·1선언서 못지않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학자에 따라서는 셋을 합해 3대 독립선언서로 부르기도 한다.

▽무오(戊午)년에 발표됐기 때문에 무오독립선언서로도 알려진 대한독립선언서는 최초의 독립선언서라는 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비해 2·8독립선언문은 일제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도쿄 한복판에서 낭독된 점이 주목된다. 특히 20일 후 서울에서 일어난 3·1독립만세시위의 도화선이 됐다는 점에서도 2·8선언문의 가치는 더욱 높이 평가된다.

▽2·8독립선언이 갖는 역사적 의의 때문에 선언문이 낭독됐던 도쿄 한국YMCA회관에서는 매년 뜻깊은 기념식이 거행돼왔다. 80주년이 되는 올해는 본국에서도 독립운동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성대한 기념식이 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참석자들의 표정은 어두웠다고 한다. 도쿄 한국YMCA회관을 짓기 위해 외환은행 도쿄지점에서 빌린 1백억원은 갚았으나 이자 35억원을 못갚아 조만간 경매될 위기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2·8독립선언의 산실인 도쿄 한국YMCA회관이 만의 하나 경매된다면 민족적 수치가 아닐 수 없다. 도쿄 한국YMCA는 일제 때 유학생을 비롯한 한국인들의 정신적 구심점이었고 해방 후에도 재일교포 사회를 위해 여전히 기여하고 있는 국가기관 못지않은 민간기관이다. 정부 은행 YMCA가 머리를 맞대고 좋은 해법을 찾아야 할 때다.

임연철<논설위원〉ynch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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