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윤양섭/큰 지도자 후세인國王

  • 입력 1999년 2월 8일 19시 25분


요르단의 최근 건물은 대부분 돌로 지어져 요새처럼 튼튼하다고 한다. 67년 3차 중동전쟁(6일 전쟁)에서 패해 동예루살렘과 요르단강 서안을 이스라엘에 빼앗긴 뒤 취한 자위조치라는 것.

남한보다 작은 면적에 인구 4백60만명인 요르단은 중동지역에서 그 흔한 석유 한 방울 안나와 ‘알라신이 버린 땅’이라고도 불린다.

7일 타계한 후세인국왕이 17세의 소년으로 왕권을 물려받았을 때 그는 속으로 얼마나 막막하고 답답했을까.

무려 46년6개월의 집권기간 중 그에게도 여느 지도자들처럼 영욕의 세월이 있었다. ‘금세기 최고의 분쟁해결사’ ‘요르단의 국부’라는 찬사와 ‘아랍의 대의를 팔아먹은 기회주의자’ ‘미국의 꼭두각시’라는 비난이 엇갈린다.

그러나 ‘중동 소국’의 지도자로 장기집권한 독재자의 면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20세기의 위대한 지도자’의 한명으로 꼽힌다는 사실만은 인정해야 할 듯하다.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이 경의와 애도를 표하는 성명을 냈고 내로라하는 수반 40여명이 그의 장례식에 참석한 것만 봐도 그렇다.헨리 키신저 전미국무장관은 “후세인은 수시로 말이나 입장을 바꿔도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인간적 매력을 지녔다”고 회고했다.

요르단에 근무했던 한 한국외교관은 “후세인은 애국심이 대단한데다 용기와 인내의 미덕을 느끼게 하는 인물이었다”고 평했다.

이스라엘 시리아 이란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강국들 곁에서 숨도 쉬기 어려운 판에 오히려 중동지역 정세안정의 구심적 역할을 하며 당당하게 ‘존재’했던 후세인국왕.

그는 부존자원이 없고 환경이 어려운 나라일수록 지도자를 잘 만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시대의 걸물’이었다.

윤양섭<국제부>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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