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게 삽시다 6]노인시설 日 「녹수원」

  • 입력 1999년 2월 11일 19시 26분


《‘19세기에 태어났습니다. 21세기까지 건강하겠습니다.’

복도에는 1백세를 넘긴 노인들의 초상화가 이런 글과 함께 붙어 있다. 일본 도쿄(東京) 호야(保谷)시에 있는 ‘녹수원(綠壽園)’. 72년 문을 연 이 곳은 고령자가 출퇴근하며 서비스를 받는 통소(通所)형 프로그램을 일본 최초로 실시하고 있는 노인전문시설.》

▼‘진짜’서비스▼

1층 ‘녹색광장’. 오후가 되면 점심식사를 마친 20여명의 노인이 노래반주기 앞에 둘러 앉는다. 무사가 나오는 60년대 영화를 보면서 마이크를 돌려가며 부르는 엔카. 새어 나오는 웃음.일부는 옆에서 마사지를 받고 손목을 찜질하며자수를놓는다.모두 전문 개호사(介護士·곁에서 돌보아 주는 이)의 도움을 받는다.

자체 버스를 이용해 오전10시에 ‘모셔오고’ 오후4시에 ‘모셔 드리는’ 이 서비스는 88년 시작됐다. 참가노인은 3백명이며 이용료는 하루 9백엔(약 9천원).

“노인은 기대하는 만큼 대접을 못받으면 서비스가 아니라고 믿어 버립니다. 우리의 모토는 ‘그들이 서비스라고 생각할 때까지 노력하는 것’입니다.” 녹수원 호토리 와카오(阿和嘉男)원장의 말.

그래서 2층 치매노인 전문시설에는 1대1 서비스가 기본. 치매노인이 움직일 때면 항상 개호사가 옆에 붙는다.

▼시간보다는 ‘순서’▼

통소형 노인을 빼면 1, 2층 일부와 3층을 포함한 3개층에 60여명의 노인이 상주. 이들에 대한 서비스의 최대 특징은 각자의 라이프사이클을 존중하는 것. 식사시간 운동시간 등을 정하지 않고 기상→배설→옷입기→식사→TV시청→담소→놀이의 ‘순서’만 지키도록 권유한다.

“식사시간 등을 일률적으로 정할 경우 행동이 느린 노인은 ‘난 느리다’는 열등감을 갖게 될 뿐더러 가정이 아니라 군대같은 ‘시설’에 들어와 있다는 느낌을 갖기 쉽기 때문”이라고 호토리원장은 설명.

이용료는 한달 27만엔(약 2백70만원). 대부분 연금으로 충당하나 부족한 돈은 시에서 부담한다.

거동이 불편하지 않거나 자식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더라도 스스로 들어오는 ‘사회적 입소’가 늘고 있는 게 최근의 특징. 연금 지원이 충분해 경제적 걱정이 적을 뿐더러 “체력이 떨어져 ‘추한 모습’을 자식들에게 보이기 싫다”며 스스로 들어오는 노인이 많기 때문.

▼안심전화▼

4층엔 ‘고령자 학대방지센터’가 있다. 전화 팩스 방문 등을 통해 학대당하는 노인을 상담하거나 법률전문가 등 특정분야 전문가와 연결해 상담할 수 있게 해준다. 자녀가 자는 시간에 노인이 몰래 전화할 수 있도록 오후8시부터 자정까지 전화로 신청받는다. 일명 ‘안심 전화’라고 부르는 이 전화에는 최근 ‘재산을 적게 물려준다’며 자식으로부터 학대받는 노인들의 사연이 많이 접수되고 있다고 한 관계자는 설명.

▼노인서비스도 배달▼

91년부터 ‘재택개호(介護)지원센터’를 개설, 지역노인 4백여명의 집을 일일이 방문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3명의 전문가가 평균 1주일에 한번 방문해 노인의 청소 빨래 목욕 식사마련 등을 도맡는 ‘홈 헬프 서비스’는 해당 가족의 수입정도에 따라 이용료를 내는 게 특징. 무료부터 시간당 1천8백엔(약 1만8천원)까지 다양. 부족액은 시나 중앙정부에서 부담한다.

〈도쿄〓이승재기자〉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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