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전에 딸을 임신시킨 총각을 처녀의 아버지가 권총을 들고 찾아가 총부리를 들이밀며 “내 딸과 결혼 안할 테냐”하고 협박한 데서 비롯됐다는 말로 ‘강제 결혼’을 뜻한다.
현재 프랑스의 아름다운 휴양지 랑부예의 14세기 왕실 별장에서 일주일째 열리고 있는 코소보 평화협상도 ‘총구를 들이댄 결혼’이란 표현이 딱 들어맞는 것 같다.
신유고연방의 코소보주에서 세르비아계와 알바니아계간의 무력충돌이 계속되면서 무고한 인명 2천여명이 희생되는 등 갈수록 상황이 악화하고 있기때문이다. 코소보사태가 대량학살로 이어지고 나아가 발칸반도의 분쟁으로 번질 것을 우려한 국제사회는 ‘총부리를 들이댄 중재’에 나섰다.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러시아 등 6개국으로 이루어진 접촉그룹은 “평화협상 테이블에 참석지 않으면 즉각 공격하겠다”며 신유고연방에 압력을 가했다. 아예 협상종료 날짜까지 못박았다. 늦어도 20일까지 협상을 성사시키지 못하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군사력을 동원해 학살을 자행하고 있는 세르비아를 공격하겠다는 것.
협상방식도 특이하다. 6일부터 시작된 랑부예협상에서 신유고연방 대표단과 코소보주의 알바니아계 대표들은 얼굴을 마주보고 협상하는게 아니다. 중재를 맡고 있는 6개국 대표단이 양측 대표단을 각기 다른 방에 ‘격리’시킨 채 중간에서 왔다갔다 하면서 협의내용을 조정하고 있기 때문.
‘결혼’을 성사시키려는 국제사회의 압력에 눌린 양측은 10개항의 기본 원칙에 일단 합의했지만 더 이상 진전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억지로 조성되는 평화가 진정한 평화를 약속할까. 국제사회는 강제중재라도 하지않으면 끔찍한 비극이 계속될 것 같아 양측을 붙잡고 있는 것이다.
이번 평화협상이 미덥지 못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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