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안테나]獨 국가紋章 바꾼다

  • 입력 1999년 2월 11일 19시 26분


독일 연방정부가 올 9월 수도를 본에서 베를린으로 이전하는 것을 계기로 현행 국가 문장(紋章)을 바꾸기로 해 논란이 되고 있다.

1952년부터 지금까지 독일문장에 사용돼 온 독수리디자인이 살찐 암탉처럼 뚱뚱해 독일의 상징으로 적합하지 않을뿐만 아니라 새로운 베를린시대에 맞는 디자인을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

이에따라 연방정부는 문장의 재디자인을 발주해 2종류를 채택한 상태.

노만 포스터경이 디자인한 독수리는 비상하기 직전의 모습으로 베를린의 라이히스타크(국회의사당)하원의장 연단뒤에 걸릴 예정이며 이라크출신으로 베를린의 메타디자인연구소 소속 라얀 압둘라가 만든 독수리는 ‘생각하는 모습’으로 정부의 각종 공식문서에 엠블럼으로 사용될 계획.

포스터경의 독수리는 본의 현행 디자인에서 군살을 빼고 근육을 키운 것이 특징. 반면 압둘라의 독수리는 1950년대 것보다 날씬하면서도 머리를 좀더 크게 만들고 근육은 줄여 지성을 강조하고 있다.

독수리는 샤를마뉴대제이래 독일을 상징하는 문장으로 사용돼 왔으나 검이나 방패를 움켜쥐고 때로는 왕관을 쓰는 등 시대에 따라 모습이 변했다. 1871년 처음으로 독일이 통일됐을 때는 싸움에 나서는 사나운 모습이었고 1900년에는 머리에 강철헬멧을 쓰고 있었으며 나치시절에는 날카로운 두 발톱으로 나치의 상징인 卍를 움켜쥐고 있었다.

새 문장을 놓고 보수파는 부리도 굽고 발꿈치도 날카로운 인상을 주는 포스터경의 디자인을 주장하는 반면 좌파는 지성적이고 친근한 느낌을 주는 압둘라 디자인을 강조하는 등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파리〓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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