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조사보고서는 환란(換亂)의 원인과 책임을 크게 네가지로 정리했다. 그중에서도 전(前)정권의 위기관리 능력, 정책의 투명성 및 일관성 부재, 만성적 경상수지 적자와 환율정책의 실패, 단기외채 누적 방치 및 외채관리의 문제점 등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여기에 기업 및 금융기관의 총체적 부실 등 한국경제의 구조적 요인, 정경유착 지역이기주의 조장 등의 정치권 책임 그리고 사치성 과소비로 들뜬 국민의 책임 등을 들었다. 말하자면 경제위기의 원인이 전정권의 국가관리와 정책의 실패에서 비롯된 것으로 결론짓고 있다.
물론 그같은 지적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정도의 원인규명은 이미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결과로도 이루어진 것들이다. 국민이 청문회에 건 기대는 경제정책의 실패를 부른 구체적인 과정과 국정운영 시스템의 결함 등이 무엇이었는지를 밝혀달라는 것이었다. 또 외환위기를 부른 내인론(內因論)적 원인뿐만 아니라 세계경제의 구조변화, 국제금융시장 동향과 핫머니의 교란 등 외인론적 원인 분석과 진단도 뒤따라야 했다.
이번 청문회가 환란의 원인규명과 재발방지책 마련을 위한 것이었다면 마땅히 정책감사 형식이 되어야 했다. 그런데도 전정권의 총괄적 책임을 부각시키는 정치청문회의 성격을 띠면서 표적 또는 폭로청문회로 흐른 감이 없지 않았다. 거기에다 청문회 신문자들의 전문성과 준비 부족, 주요 증인들의 불출석과 일부 증인 참고인들의 변명으로 일관한 진술, 청문회 운영방식의 문제점 등이 겹쳐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당연한 결과로 특위가 제시한 외환위기 조기경보 시스템 구축, 국정보고체계 정상화, 경상수지 개선대책 강구 등 경제위기 극복 및 재발방지대책도 상식의 수준에 머물렀다. 또 청문회 과정에서 쏟아져 나온 각종 폭로들에 대한 처리방안도 아직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다.
미증유의 외환위기에서 참다운 교훈을 얻으려면 이런 식의 단순한 보고서 채택만으로는 안된다. 정부와 전문가, 민간인들이 함께 참여해 보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환란백서’를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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