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의학협회저널에 실린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여성의 43%와 남성의 31%가 성기능장애로 고통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앨프리드 킨지 박사의 킨지보고서와는 전혀 다른 주장을 펴고 있어 주목된다. 킨지박사는 성해방 시대를 선도했다. 조지프 매카시 상원의원이 “침대 밑에 공산주의자가 숨어 있을지 모르니 조심하라”고 경고하던 시대에 킨지는 “나는 침대 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많은 사람들은 색다르고 당돌한 킨지의 주장에 현혹된 나머지 그의 연구결과를 뒷받침하는 표본추출방법은 눈여겨보지 않았다. 양성애자이자 관음증환자인 킨지는 남색꾼들의 경험에 주로 의존했으며 과학적 진실을 추구한다는 명목으로 자신의 부인에게 외도할 것을 강요하기도 했다.
킨지에 관한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다. 그가 한 여학생에게 “인체의 일부분중 일생 동안 수천번이나 커질 수 있는 곳을 아느냐”고 물었다. 당황한 여학생이 “어떻게 그따위 질문을 할 수 있느냐”고 따지자 킨지는 “답은 눈의 동공”이라고 말했다.
미 의학협회저널을 본 수많은 미국인들도과거의그여학생처럼 실망했을 것이다. 미국인들에게 섹스는 단지 셰익스피어의 작품제목대로 ‘헛소동’에 불과한 일인지 모른다.
〈정리〓김태윤기자〉terre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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