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지구촌/NYT]뉴욕경찰의 「위법 불감증」

  • 입력 1999년 2월 13일 17시 09분


《미국 뉴욕 한복판에서 5일 경찰관들이 난사한 총에 의해 아프리카 출신 흑인 이민자가 숨진 사건은 뉴욕 경찰의 악명을 다시 한번 떨치게 했다. 인권운동가는 물론 대다수의 미국민은 상상을 초월한 경찰관들의 잔혹함 때문에 몸서리를 쳤다. 뉴욕 시경 소속 백인 경관 4명은 모자 행상을 마치고 자신의 아파트로 들어가려던 아마도 디알로(22)에게 무려 41발의 총탄을 발사했다. 이 중 19발의 총알을 맞은 디알로는 내장이 성한 곳이 없을 정도로 만신창이가 됐다. 미국 뉴욕시 변호사 조엘 버거가 이 사건과 관련해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을 요약 소개한다.》

뉴욕 경찰이 총기를 휴대하지 않았던 디알로에게 총탄을 난사한 사건은 너무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런 사건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작년 압너 루이마는 뉴욕 브루클린 경찰서에서 고문을 당했으며 안소니 바에즈는 가지고 있던 우산을 총기로 오인받는 바람에 경찰관에게 사살됐다. 물론 이 사건들은 뉴욕 시민을 분노케 했으며 경찰의 불법행위에 대한 시위가 잇따랐다. 최근 4년간 뉴욕 경찰의 불법 체포와 과도한 폭력행위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점은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준다.

93년부터 97년까지 뉴욕 경찰의 위법행위는 45% 가량 늘어났다. 97∼98년에 신고된 경찰의 위법행위는 2천2백66건이었다. 그러나 93∼94년에는 1천5백67건에 불과했다.

97년 한해동안 뉴욕 경찰의 위법행위로 인해 지불된 배상금은 93년에 비해 38% 가량 증가했다. 93년 피해배상금은 2천만달러였지만 97년에는 2천7백50만달러를 기록했다.

작년 10월 한 중남미계 부동산 중개인과 그의 고객은 뉴욕 할렘가에서 경찰의 불심검문을 받고 난폭하게 취급당했다. 형사 3명이 그의 고객이 가지고 있던 우산을 총으로 오인한데 따른 불상사였다. 두 사람이 체포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형사들은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았으며 경찰 배지번호와 소속 경찰지구대의 번호는 조작된 것이었다. 물론 그들의 이름도 가명이었다.

화가 난 부동산 중개업자가 경찰서에 형사들의 위법행위를 신고했지만 경찰서는 아직까지 그 형사들의 신원을 알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근무표만 보면 순식간에 이름을 알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또 작년에 비번이었던 뉴욕시 경찰의 한 간부는 TV방송국 스포츠 담당 PD가 자신의 차에 빈 깡통을 던졌다며 수갑을 채운 채 경찰서로 연행했다. 그러나 그 PD는 차를 타고 있던 경찰간부가 거리에 쓰레기를 마구 버리는 것을 보고 항의하다 체포됐다고 반박했다. 심지어 그 경찰 간부는 경찰서에서 PD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내가 뉴욕 거리를 소유하고 있다”며 큰 소리를 쳤다.

다행히 이 사건은 목격자가 있어 PD의 무죄가 입증됐으며 ‘시민불만처리위원회’는 직권 남용 혐의로 경찰간부를 제소했다. 그런데도 뉴욕경찰은 아직까지 그를 처벌하지 않고 있다.

만약 뉴욕경찰이 이러한 시민들의 불만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경찰에 대한 불신과 불만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정리〓이희성기자〉lee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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