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규민/돼지고기의 해독작용

  • 입력 1999년 2월 13일 17시 09분


중금속에 오염된 환경을 정화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화학적 요법을 쓸 경우 또다른 공해성 부작용이 발생한다. 그래서 선진국 과학자들이 한창 연구하고 있는 것이 자연을 통한 정화법이다. 실제로 상당한 발전을 거두고 있다. 놀라운 것은 새로 개발된 신기술들이 이미 고대에서부터 사용되던 비법에서 힌트를 얻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산 은행나무가 토양 속의 카드뮴같은 중금속을 강력하게 흡수한다는 사실은 이미 미국 연구진에 의해 증명된 적이 있다. 해바라기가 우라늄을 흡수한다든지 옥수수가 납을 빨아들인다는 것도 학술적으로 증명이 됐다. 과학자들은 고대인들이 샘물 근처에 이들 식물을 심었던 이유를 찾다가 소득을 올렸다고 한다. 서구국가들은 축전지공장처럼 공해를 유발하는 산업체 근처 땅에 이들 식물을 재배하고 있다.

▽중금속에 오염된 사람의 몸을 정화하는 데도 자연요법은 효능이 탁월하다고 한다. 미역이 카드뮴이나 납 성분을 흡수해 몸밖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는 것도 민간요법으로 전해져오는 비법이다. 최근 한국식품개발연구원이 흰쥐에 중금속을 투여한 뒤 돼지고기 성분을 먹인 쥐의 몸에서 납과 카드뮴이 대거 배출된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확인했다. 첨단 해독제로도 잘 정화되지 않는 중금속들이 이처럼 손쉽게 다뤄질 수 있다는 사실이 신통하기만 하다.

▽유엔 인간주거회의는 2025년쯤 전세계인구 1백억명 가운데 절반이 도시에 살게 될 것이며 그 때 인류는 심각한 공해로 자멸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고하고 있다. 공해의 주범은 중금속이 될 것이라고 한다. 특히 인구가 1천만명을넘은 서울도쿄 뉴욕같은 도시가 위험지역으로 분류된다. 돼지가 인류건강에 큰 공헌을 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이규민〈논설위원〉kyu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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