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청문회는 처음부터 한계를 가지고 출발하였으며 한달간의 소득치고는 매우 빈약하며 따라서 지속적인 원인규명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된다. 그 동안의 경제청문회는 원인규명의 시작이지 절대로 끝이 아니다.
▼ 청문회 다시 열려야 ▼
이번 경제청문회의 태생적 한계는 여당 단독의 ‘반쪽 청문회’에 있지만 설사 그것을 양해한다고 하더라도 의제선정이나 증인채택에서부터 많은 문제점이 있었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재벌문제를 의제에서 제외하고 재벌총수를 증인에서 제외한 것은 정책보다는 정략적인 접근이 우선한 탓이기도 하다. 환란이 직접적으로는 유동성 위기에서 비롯된 것이긴 하지만 그 배후에는 외채문제가 자리하고 있었고 이 외채문제의 ‘주범’이 재벌의 방만한 차입경영과 그것을 조장한 정경유착(政經癒着)이라는 상식을 정략적으로 외면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당연히 환란 발발에 이은 현 경제위기의 원인을 밝히는 데 실패하게 하였으며 ‘반쪽 청문회’의 한계와 더불어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이 증인소환을 거부하는 구실을 제공한 측면도 없지 않다. 처음부터 한계를 가진 채 진행되다가 급기야는 경제위기에 가장 책임이 있는 인사의 증언거부로 끝난 것이 이번 경제청문회라고 할 수 있다. 전문적인 지식을 요하는 이번 경제청문회를 대체로 전문성이 부족한 특위위원으로 구성한 것도 이러한 결과를 미리 예고한 것이 아니었나 싶다.
그렇다고 하여 청문회 과정에서 얻어진 부분적인 소득을 부정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무엇보다도 환란이 당시의 정책담당자들이 강변하는 것처럼 결코 ‘날벼락’이 아니었음을 확인한 것은 그런대로 수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외환위기가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었는데도 ‘어떻게 되겠지’하는 식의 무사안일함을 넘어 위기대처와는 거꾸로 간 정책당국, 끝까지 ‘문제없다’는 식의 정치논리, 그 틈새를 노려 자기 잇속 차리기에 급급했던 재벌과 금융기관, 거품경제 속에 놀아났던 우리의 부끄러움이 반추된 것은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막상 위기의 감지 이후 그 대처에 있어서 작동되지 않거나 오(誤)작동되었던 정책시스템, 나아가서는 우리 사회시스템을 점검하는 데에는 거의 완전히 실패하였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여전히 책임 미루기에 급급한 당시 정책당국자들 앞에서 특위위원들은 논리보다는 호통이 앞섰다. 정책실패를 인정하게는 했지만 그 원인을 추궁해내는 데에는 능력 부족이었다.
그 다음의 수확이라고 한다면 주요 경제정책의 굽이굽이에서 ‘암약’하였던 정격유착의 실태가 더 밝혀진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비리폭로에 있어서 우리 국회는 나름대로 ‘장기’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 청문회를 통해서도 이 장기가 유감없이 발휘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막상 정책논리의 추궁에 있어서는 이번 청문회가 매우 빈약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서의 소득은 결코 내세울 만한 것이 못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사특위가 자화자찬 식의 청문회 보고서를 내놓는다면 국민의 비난을 면치못할 것이다.
▼ 전문가들 참여 필요 ▼
이렇게 볼 때 환란과 경제위기의 원인규명은 끝난 것이 아니라 국가적인 차원에서 지속돼야 한다는 우리 시민감시단의 생각을 다시 한번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위해서는 앞으로 중립적인 전문가로 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보다 심층적이고 책임있는 조사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를 토대로 청문회는 다시 열려야 하며 다음의 청문회는 국민과 전문가가 보다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청문회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의 청문회제도를 참고하여 청문회의 제도 개선도 사전에 준비해 두어야 할 것이다. 이번 경제청문회로 사태가 완결되었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정치권은 명심하여야 한다.
김대환(인하대교수·참여연대 경제청문회 시민감시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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