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게 삽시다/덴마크 노인복지정책]65세이상 연금

  • 입력 1999년 2월 17일 20시 40분


47세의 애니 메티 브레달.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서 서쪽으로 3㎞정도 떨어진 프레데릭스베르크의 ‘드로닝 앤 마리 센터’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 센터에는 96명의 노인이 생활하고 있다.

브레달은 24세에 간호학교를 졸업하고 간호사로 일하던 중 10년 전 두 아들의 아버지인 남성(62)과 결혼했지만 성격차이로 4개월만에 이혼. 93년 10만명에 2명 정도가 걸리는 희귀한 병인 다발성경화증(MS) 판정을 받았다. 뇌의 이상부위에 따라 팔 다리 등이 마비되는 이 병 때문에 일을 그만두고 ‘반(半)장애인 반(半)퇴직자’로 국가가 제공하는 노인복지 서비스를 남들보다 20∼30년 일찍 경험.지난해 9월 마지막 단계인 이곳까지 왔다.휠체어를 타고.

★노인은 국가가 모신다★

덴마크의 65세 이상 노인은 전체인구의 약 15%인 80여만명. 자식과 사는 노인은 거의 없다. 덴마크에서는 18세가 되면 부모 곁을 떠나 독립한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 75%가 직장생활을 한다. 자식이 부모를 모시기 힘든 사회구조.

덴마크정부 사회부의 울라 브로언. “노인을 보살필 의무는 공식적으로 국가에 있다. 사회부는 노인복지를 비롯한 각종 사회복지 제도를 운영하는 데 매년 1천억 크로네(약18조원)를 쓴다. 이는 전체 예산의 약 25%다.”

지방자치제가 잘 돼있는 덴마크에서 노인복지는 가장 작은 자치단위인 시(市)의 몫. 2백75개의 시는 중앙정부와 14개 주(州)의 보조를 받아 65세 이상 80여만명의 복지를 책임진다.

65세가 되면 직업이 없던 사람도 매달 3천9백82크로네(약73만원)의 기본연금이 지급되며 개인사정에 따라 1천크로네(약18만원)가 추가로 지급받는다. 본인의 요구에 따라 △가정도우미 가정간호서비스 △식사배달서비스 △인근에 간호사가 상주하는 노인전용주택 △24시간 간호사가 대기하는 양로원 서비스가 제공된다. 서비스의 종류에 따라 매월 드는 비용은 무료이거나 연금의 10% 이내.

★내 인생★

브레달은 93년 퇴직과 함께 사회복지센터에서의 상담을 통해 가정간호서비스를 받기로 스스로 결정했고 그 뒤 양로원 입주도 본인이 결정.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본인이 원하지 않는 한 복지서비스는 제공되지 않는다. 코펜하겐시 후생복지국의 앤 비비 베셀. “스스로의 가치를 상실하는 것은 건강을 잃는 것 보다 더 큰 충격이다.”

★그래도 고민은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덴마크 노인복지. 그래도 실무자들의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기본기능훈련사 마리아 핼드. “훈련이 필요한 노인도 본인이 원하지 않는 한 어쩔 도리가 없다. 이게 바람직한 일인지 고민할 때가 많다.”

★그리운 가족★

3일 오후1시. 점심식사를 끝낸 할머니 할아버지 20여명이 하나 둘 강당으로 모여든다. 자원봉사자 아주머니의 반주와 남자 직원의 지휘에 맞춰 노래를 부르기 시작. 첫번째 쉬는 시간. 가벼운 치매증상을 보이고 있는 루스 피애트리션 할머니(82)가 다가와 기자의 팔을 붙들고 영어로 얘기를 시작한다. “딸이 이탈리아에 살고 있어. 외교관이지. 그 앤 정말 똑똑해. 똑똑하구 말구. 1년에 두 번 엄마를 보러 와.” 피애트리션 할머니의 눈이 충혈됐다. “어렸을 때부터 얼마나 똑똑했는지….” 언뜻 비친 눈물이 금새 주름 사이로 흘러 내렸다. “그 애가 보고싶어….”

★덴마크정부, 양로원보다 在家프로그램 중시★

‘노인을 집에서 모셔라.’

덴마크의 65세 이상 노인의 95%정도는 집에서 생활한다. 양로원에서 생활하는 노인은 5%정도. 집에서 생활하는 노인 중 절반정도는 아무런 도움을 받지 않고 살고 있으며 나머지는 살림이나 쇼핑 등을 도와주는 가정도우미, 수시로 가정간호사가 집으로 와서 건강을 돌봐주는 가정간호서비스, 집으로 식사를 배달해 주는 ‘밀즈온휠즈’(Meals on Wheels)등 ‘재가(在家)서비스’를 국가로부터 받고 있다.

덴마크가 재가서비스에 중점을 두는 이유는 적은 비용으로 노인들의 뒷바라지를 하는 동시에 노인이 정든 집을 떠나는 ‘아픈 경험’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

덴마크의 국가와 자치단체들이 재가서비스에 중점을 두기 시작한 것은 80년대 초반. 60∼70년대에는 되도록 많은 양로원을 지어서 24시간 간호사가 노인을 보살피고 노인들끼리 함께 공동체 생활을 하도록 하는 데 관심을 기울였다.

운영중인 양로원 3백50여개 중 80%가 이 때 지어진 것. 그러나 80년대 초반 불황을 겪으면서 비용을 줄일 필요를 느꼈고 이 때부터 양로원보다 적은 비용으로 노인을 모실 수 있는 재가서비스쪽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국가가 지자체에 양로원 건립 보조금 지원을 중단하면서 자연스럽게 정책전환이 이뤄졌다.

재가서비스를 받는 노인들은 대체로 “내 집에 살면서 내가 원하고 필요할 때만 도움을 받기 때문에 ‘노인은 누군가에게 의지해야 하는 허약한 존재’라는 느낌을 갖지 않아 좋다”는 반응.

한편 일부 실무자들 사이에서는 이 서비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드로닝 앤 마리 센터’의 닐스 기에스트롭소장은 “하루에 잠깐씩만 돌보기 때문에 허약한 노인의 경우 건강관리가 소홀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코펜하겐·프레데릭스베르크(덴마크)〓나성엽기자〉newsd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