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이해찬장관의 편지

  • 입력 1999년 2월 18일 19시 11분


입학시즌이 다가왔다. 새로운 출발에 대한 설렘은 어느 학생이나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대학 신입생이 느끼는 감회는 남다를 것이다. 입시지옥의 기나긴 터널을 빠져나온 이들은 그동안 미뤄 놓았던 일 가운데 어느 것부터 먼저 해야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 하지만 이들은 대학생활을 어떻게 보낼까에 대해 구체적인 ‘시간표’를 갖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대학진학이 마치 인생의 최종 목표처럼 되어 있는 교육현실 때문이다.

▽교육부가 이들에게 바람직한 대학생활을 안내하는 가정통신문을 발송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99학번 신입생여러분께’로 시작되는 이 편지는 인생에서 대학생활이 갖는 의미를 설명하고 어떻게 보내야 후회없는 생활이 되는지 자세한 방법도 소개하고 있다. 편지의 핵심은 무엇보다 좌경화와 폭력시위에 관한 대목이다. 특히 한총련이 대법원에서 반국가 이적단체로 규정되었음을 강조하고 불법시위에 가담하지 말라고 조언하고 있다.

▽교육부 명의로 된 이 편지는 운동권 출신인 이해찬(李海瓚)장관이 상당 부분을 직접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인생 선배’로서 경험담을 피력한 셈이다. 이장관이 대학에 다니던 70년대와 이번 신입생들이 대학생활을 보내게 될 2000년대는 정치 상황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이념논쟁도 사실상 막을 내렸다. 21세기에는 차원높은 시위문화가 요구된다는 점에서도 편지에 공감이 간다.

▽그러나 이 편지는 학생운동의 본질을 다시 생각케 한다. 편지내용처럼 대학생활에서 공부나 졸업 이후의 준비만을 강조하다 보면 장관이 학창시절 힘쏟았던 학생운동이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젊은 세대들은 언제나 도전과 변화를 추구하게 마련이다. 이들의 이상주의는 앞으로도 유효하다.

〈홍찬식 논설위원〉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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