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 생활 20년 중 절반 이상을 낯선 이국땅에서 생활하면서도 타고난 강직한 성품으로 묵묵히 공직에 전념했던 형님의 모습을 온가족 모두 자랑스럽게 생각했는데 홀연히 먼저 떠나셨다는 것이 아직도 믿어지지 않습니다.
어렸을 때 저의 잘못된 행동을 보시면 회초리로 매섭게 때리셨죠. 그래서 형님이 인상을 쓰는 모습만 보아도 무서워서 벌벌 떨었었는데 이제 나이가 들어 생각해보니 오늘날 이만큼 가정을 꾸리며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것도 형님의 엄격한 가르침 덕분이라고 봅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저는 아직도 좌절과 방황의 세월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제 형님의 삶의 흔적을 하나 하나 지워가는 과정이 힘들고 괴롭지만 조국을 위해 일하다 순직한 형님의 굵고 짧은 삶을 생각하면 한없이 자랑스럽습니다.
아무리 잘 해도 칭찬 한번 하지 않고 늘 엄격했던 형님에게 이제야 뭔가 보답을 해야할 때인 것 같습니다. 며칠 전 꿈 속에서 형님이 조카들의 학업을 걱정하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너무 걱정마십시오. 앞으로 형수님과 조카들을 위해 제 힘 닿는 데까지 최선을 다하며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남은 가족들 모두 형님이 남기시고 간 훈훈한 마음씨를 영원히 추억할 것입니다.
박종필(디자이너·서울 중구 필동1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