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에 들어선 우리 경제가 불과 1년여만에 수렁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국제 금리 및 원자재 가격의 하락과 일본 엔화의 강세 등 외적 요인에 힘입은 바 컸다. 이 가운데 특히 엔화가치 상승은 일본과 경합관계에 있는 우리나라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을 강화해준 가장 중요한 배경이 됐었다. 그 결과 작년 한해 경상수지가 큰 폭의 흑자를 기록하면서 우리는 달러부족 사태를 극적으로 면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기회는 그렇게 오래 가지 않았다. 엔화가치가 떨어지면서 우리가 경쟁력을 갖는 방어선이라는 1백엔당 1천원의 대(對)엔화 환율은 무너졌다.
엔화약세는 기본적으로 일본정부가 경기진작을 위해 통화정책을 바꾸면서 시작됐다. 돈을 풀어 소비를 진작시키겠다는 정책은 달러화에 대한 일본돈의 가치를 떨어뜨렸고 그 여파가 우리 나라를 비롯한 아시아국가 전체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문제는 우리 돈보다 엔화의 대달러 환율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올라 우리의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우려되는 것은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경우 중국도 수출경쟁력 확보를 위해 위안화를 평가절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 경우 국내 수출업계에 주는 충격은 결정적일 수 있다. 보통 걱정이 아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전문가들의 향후 전망이다. 런던과 뉴욕의 국제금융 관계자들은 단기적으로는 수주일 내에 엔화가 달러당 1백30엔까지 떨어지고 장기적으로는 연말까지 최대 1백50엔대를 넘어설 가능성까지 예고하고 있다. 작금의 엔화동향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고 속락의 한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말이다. 그들의 전망이 맞을 경우 우리가 입을 타격은 오랜 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
현실성은 약하지만 일본 정부가 자국이익에 앞서 역내경제 전체를 생각해 엔화를 방어해주기를 기대하는 것 외에 달리 방도가 없다. 엔화 약세가 그렇게 오래 갈 것이라면 기본적으로 국내산업의 수출경쟁력을 높이는 길은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의 체질을 강화하는 것밖에 없다. 정책의 방향을 재점검하고 속도를 재검토해야 한다. 환란이 다 끝난 것처럼 해이해진 사회 일부의 분위기도 이번 기회에 바로잡혀야 한다. 앞으로 어떤 복병이 더 나타날지 모른다. 정부와 국민 모두가 다시 한번 긴장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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