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가지 측면에서 판사와 검사간의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첫째 조사의 형평성, 둘째 조치결과의 형평성 문제다. 대법원이 밝힌 판사들의 혐의내용을 보면 당초 검찰이 통보한 떡값액수에 훨씬 못미친다. 검찰조사 내용이 절대적 기준이 될 수는 없겠으나 돈을 준 변호사의 진술은 묵살하고 판사들의 말만 옹호한 인상이다. 그동안 대법원이 관련 판사들을 조사한다며 과연 무엇을 했는지 의문이다. 검찰은 해외연수 여비조로 1백만원을 받은 평검사를 인사조치하고 휴가비 2백만원을 받은 지검 차장검사의 사표를 받은 데 비해 대법원은 판사 3명의 경우 액수가 적고 징계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훈계에 그쳤다.
대법원의 이번 조치는 미온적 처리로 비판을 받은 지난해 의정부사건의 전철을 다시 밟은 셈이다. 법조계 스스로에 의한 법조개혁의 한계를 새삼스럽게 실감한다. 동시에 법과 법치주의, 사법부에 대한 심각한 불신과 회의로 연결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대전사건은 수사도중 예기지 않은 일련의 검찰 ‘항명파동’과 집단서명사태, 한 부장판사의 소신피력 등으로 비화되면서 돌풍에 휩싸였었다. 그러나 파동이 가라앉은 지금 파동과정에서 제기된 검찰의 정치적 중립, 사법부 독립 등 법조개혁 과제들은 어느새 실종돼버린 느낌이다.
대전사건에 연루돼 사표를 내면서 ‘판사는 칼이나 지갑을 가진 사람으로부터 존경받아야 한다’는 글을 남긴 한 판사의 말은 백번 옳다. 그러나 법조개혁은 말로만 되는게 아니다. 대전사건을 겪으면서 ‘떡값관행’에 대한 국민의 생각이 판검사들의 그것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것을 많은 판검사들이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판검사들은 국민의 소리에 겸허한 자세로 귀 기울여야 한다. 과거의 그릇된 관행과 의식구조를 바꾸고 법조인의 직업윤리를 바로 세우지 않는 한 법조계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길은 없다.
국민은 법조개혁 과정을 냉엄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눈속임으로 한순간만 어물쩍 넘기려는 시도가 이제는 통하지 않는다. 매번 미봉책으로 넘어가면 앞으로 더 큰 사건이 터질지도 모른다. 다시 한번 철저한 법조개혁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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