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 포용의 한계선

  • 입력 1999년 2월 20일 20시 28분


정부가 대북 포용정책의 폭을 넓혀 가는 시점에 미국 페리 보고서 작성팀은 포용의 한계선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의 대북정책안을 다듬는 페리팀은 북한이 한계선을 넘을 때를 대비한 비상대응책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달초 미국을 방문해 페리팀 등을 만나고 돌아온 박정수(朴定洙·국민회의)의원 등 의원단 보고서는 많은 시사점을 던져 주고 있다. 이 보고서는 최근 정부가 내놓은 일련의 대북시책이 페리팀의 생각과 상당한 간격이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는 대북 일괄타결안을 제시한 이후 올해 들어 북―미(北―美) 북―일(北―日)수교와 조건없는 비료지원 방침을 구체화하고 있다. 정부가 일괄타결안을 내놓았을 때 미국 일본이 선뜻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아니었던 것이 사실이다. 북한이 작년 광명성1호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후부터 한국과 미일간의 대북관은 눈에 뜨일만큼 틈새가 벌어져 왔다. 여기에다 북한측에서 장거리 로켓의 재발사계획까지 흘러나왔다. 한반도 위기설도 그래서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일괄타결안을 내놓은 것이다. 이것이 미국 정책입안자들에게 어떻게 비쳐지고 있는지 정부는 깊이있게 짚어 보아야 한다.

일괄타결안은 북한측에 한미일이 갖고 있는 모든 선물을 다 주고 북한으로부터 핵개발 등 현안에 대한 의혹을 해소한다는 다짐을 받아내자는 것이다. 말하자면 최종적 협상안이다. 그러나 북한이 선물을 다 챙긴 뒤 나중에 새로운 안보문제를 조성할 경우 대응할 협상카드가 없어지는 것이 일괄타결안의 맹점이다. 북한이 일괄타결안을 최종안으로 삼고 이를 지킬지 여부에 관한 신뢰문제가 매우 중요하다. 지금까지 대북정책에서 선물과 함께 채찍이 빼놓기 어려운 요건이었던 것도 신뢰가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대중(金大中)정부의 포용정책에서는 채찍이 사라졌다. 정부는 그만한 신뢰의 근거를 대내외에 밝혀야 한다.

페리팀의 주요인사가 대북 포용의 한계선과 비상대응책을 강조했다는 것은 바로 ‘채찍’을 보완해야 한다는 뜻이다. 북한은 제네바핵합의에도 불구하고 금창리 지하시설의혹으로 새로운 대가를 요구해 미국이 강경하게 나오도록 자극했다. 한국정부의 일괄타결안에 대해 미국측은 그것이 실패했을 경우 후속대책을 물어왔다고 한다. 정부는 설득력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한반도 문제해결을 한국이 주도한다는 원칙은 지켜야 하지만 그것은 미국과의 원만한 공조를 전제로 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정부는 페리팀이 제기한 비상대응책 내용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 북한이 벼랑끝 전술로 핵협상을 결렬시키려 했던 94년과 같은 상황에 대한 대책이다. 정부는 그런 경우의 대응책을 미국과 긴밀한 협의아래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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