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송인수/「공동정권 총리」의 푸념

  • 입력 1999년 2월 20일 20시 28분


“역대 정권이 그랬듯이 지금도 권력 주변 사람들이 권력의 단맛에 빠져있는 것 같다.”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가 20일 자민련 주요 당직자들과 점심 식사를 하면서 불쑥 내던진 이 말은 귀를 번쩍 뜨이게 할 만하다. 김총리는 이어 “그동안 여러번 이런 점을 우려하는 말을 했는데 소용이 없는 것 같다”면서 “우리(자민련)는 우리대로 할 일을 다하자”고 덧붙였다.

김총리는 권력 얘기를 할 때마다 이런 표현을 자주 한다. “과거 대통령들이 불행해졌던 것도 따지고 보면 권좌에 오른 뒤 예전의 소박한 마음을 잃고 과욕을 부렸기 때문”이라는 식이다.

김총리의 의도는 물론 청와대와 국민회의측이 연내 내각제 개헌 약속 이행에 소극적인 사실을 꼬집으려는 데 있는 듯하다. 그러나 내각제 논의를 떠나 권력 주변 인사들이 실제로 김총리의 말처럼 권력의 단맛에 빠져있다면 참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만년 2인자’로 불리는 김총리는 누구보다 권력의 속성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또 현재 ‘1인지하 만인지상’의 총리로 있는 만큼 현 정권의 사정을 꿰뚫어 보고 있음직하다. 이 때문에 김총리가 정말 현정부 권력 주변 인사들의 권력욕에 문제점을 느꼈다면 단순히 점심 식사를 하면서 푸념조로 이런 얘기를 할 게 아니라보다 근본적으로 이의 개선에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권력의 맛에 빠지면 누구나 불행한 결과를 맞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총리 스스로도 과연 권력의 맛에 초연한지 자문해볼 일이다. 현 정부는 어쨌든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공동정권이 구성한 정부인 만큼 자민련도 훗날 정권에 대한 평가에서 결코 국외자일 수 없는 처지다. 또 김총리는 현정권의 문제를 마치 남의 일 얘기하듯 할수 있는입장이 아니다.

송인수<정치부>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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