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네가 아직도 철부지인줄 알았는데 어느새 스물셋 숙녀로 성장했구나. IMF 시대라 대학을 졸업하고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야단이라고 들었다. 너는 졸업을 보름 앞두고 간호사로 취업해 엄마의 근심을 덜어주니 얼마나 대견한지 모르겠다.
어렸을 때 유난히도 병치레를 많이 해 병원을 자주 드나들어 속을 태웠는데 ‘백의의 천사’ 길을 걷게 됐으니 아마 무슨 인연이 있기는 있는 모양이다. 병들고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일하고 싶다고 했지. 그 마음 끝까지 버리지 말고 이 사회를 위해 참사랑을 베푸는 봉사의 삶을 살아가도록 엄마도 기도하련다.
소희야. 사회생활이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항상 즐겁고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때로는 힘들고 좌절감을 느낄 때도 많겠지만 참고 기다리는 자세로 임하거라. 아무쪼록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친절한 간호사가 되기를 빈다.
구귀남(자영업·제주시 연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