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위가 제한속도 상향조정 방침을 내놓은 배경에는 이해되는 바가 없지 않다. 시속 60∼70㎞밖에 안되는 일반도로는 물론 80㎞인 자동차전용도로, 1백㎞이상인 고속도로를 달릴 때도 운전자들이 답답할 때가 많다. 시속 10∼20㎞를 더 올리더라도 안전운행에 별 문제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고속도로의 경우 실제로 시속 1백40∼1백50㎞ 이상 질주하는 자동차도 흔하다. 따라서 현행 제한속도가 현실에 맞지 않고 불필요한 범법자만 양산하고 있다는 문제점에 착안한 것 같다.
그러나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처사다. 알려진 것처럼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률은 전세계에서 최고수준이며 선진국에 비해 3배 이상 높다. 그로 인한 사회 경제적 손실은 실로 막대하다.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면서도 교통사고에 관한 한 최후진국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부끄러운 위상에 그나마 교통사고를 줄이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해온 것이 제한속도다. 너도 나도 제한속도를 위반하는 가운데서도 잘 지키려고 애쓰는 사람 또한 적지 않은 것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무인속도측정기를 자동차전용도로와 고속도로에 집중적으로 설치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다. 규제개혁위 방안대로 제한속도를 시속 10∼20㎞ 올리고 차종별 지정차로를 없애며 승합차와 1.5t이하 소형화물차의 고속도로 제한속도를 시속 1백㎞로 올린다면 그로 인해 벌어질 도로상황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자동차경주장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교통개발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난폭운전자의 교통사고 확률은 평균치보다 2,3배나 높다. 속도위반에 따른 면허정지기준을 완화한다는 것은 또 뭔가.
규제개혁위 방침은 어느모로 보나 교통안전에 역행한다. 우리나라 운전자들의 준법수준으로는 속도를 거의 자율에 맡기다시피 하는 이런 규제완화는 아직 이르다. 오히려 무인속도측정기나 교통경찰의 단속이외에 일반승용차로 위장한 카메라단속 방법도 도입해 단속을 더욱 강화해야 할 판이다. 혹시 교통경찰의 비리를 없애기 위한 한 방법으로 교통관련 규제완화책이 강구된 것이라면 이는 빈대 잡기위해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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