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번 국민과의 대화는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미흡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국정 전반에 걸친 총체적 개혁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분석은 물론 국민이 진정으로 알고 싶어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전해주지 못했다. 국민의 소리를 겸허하게 귀담아 들으려는 노력도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도 있다.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경제와 민생에 대화의 대부분이 할애되었으나 지금까지의 경제위기 극복성과를 일방적으로 알리려 드는 국정 홍보차원에 머물렀고 지금쯤 제시되었어야 할 미래비전과 전략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현재의 경제상황과 앞으로의 개혁과제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이 안이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없지 않다.
물론 지난 1년 동안 외환위기를 수습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 결과 환율과 금리가 안정을 되찾았고 각종 경제지표도 눈에 띄게 호전되고 있다. 실물경제가 되살아나는 움직임이고 국가신인도도 투자적격 단계로 올라서 경제회생의 전기를 마련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엄밀히 얘기해 우리는 아직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다.
경제개혁의 핵심이자 경제회생의 전제라고 할 수 있는 기업 금융 노사 공공부문개혁은 이제 겨우 밑그림을 그렸을 뿐이다. 본격적인 개혁은 정작 이제부터인데 수많은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개혁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날로 증폭되는 노사불안과 삐걱대는 빅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나라빚, 경제논리를 압도하는 정치논리와 지역갈등, 날로 심화되는 분배의 양극화 등이 경제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다. 올들어 맨먼저 한국의 신용도를 투자적격으로 판정한 영국의 신용평가기관 피치IBCA도 한국의 외환위기가 완전히 극복되려면 2∼3년은 더 걸릴 것이며 앞으로의 철저한 구조개혁 여부가 경제회생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충고를 곁들이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대통령이 국민에게 희망을 안겨주고 자신감을 심어주려고 애쓰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국정전반의 운영방향을 보다 솔직하게 설명하면서 각 경제주체들의 땀과 노력 그리고 고통분담을 이끌어내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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