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개혁 의지 있나?

  • 입력 1999년 2월 22일 19시 26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그저께 ‘국민과의 대화’는 정부의 일방적인 홍보행사에 불과했다는 것이 우리의 솔직한 느낌이다. 미리 준비된 질문에다 답변인 데도 전혀 새로운 것이 없고 깊이도 없는 것이었다.

이번 행사의 핵심 주제로 잡힌 경제와 민생관련 ‘대화’만 해도 그렇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를 잘 극복해 왔다는 정부의 자화자찬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보니 정작 우리경제가 앞으로 부닥치게 될 숱한 난관과 그 극복을 위한 진지한 대화는 나눌 수가 없었다. 경기회복 실업대책 노사개혁 같은 현안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정말 문제가 되고 있는 본질적인 부분에서는 알맹이 있는 논의가 없었다.

정치부문 역시 최고 통치자로서의 해법제시보다 정당차원의 논란을 여당 입장에서만 해석하고 강조했다. 김대통령은 정계개편을 주도적으로 해 나가지는 않겠다면서도 야당 내부의 자생적 요인으로 인한 정계변화는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이는 여권이 정계변화를 초연히 바라보기만 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보이지 않게 적극 조장하겠다는 뜻이라는 게 야권의 주장이다.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삼겠다는 김대통령의 말에 신빙성을 둘 수 없다는 것이다.

정치자금 문제도 마찬가지다. 김대통령은 ‘떳떳하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지만 그런 설명으로 국민의 의혹과 궁금증이 풀릴 리 없다. 지난번 경제청문회 과정에서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 정치자금 1백50억원 수수설이 다시 제기된 상황이고 보면 김대통령도 대선자금의 규모와 출처 등에 대해 좀더 솔직하고 명쾌하게 사실을 밝혀야 했다. 그래야 김영삼 전대통령에게도 대선자금 등을 명백히 하라고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각제 문제도 더 기다려보자는 주문만 해 궁금증만 커졌다. 정치개혁의 전제가 되는 권력구조문제에 대해 이젠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대북(對北)문제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이 없었다. 아무리 내일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다 해도 그같은 국민의 관심사에 대해서는 대화 현장에서 소상한 설명이 있어야 옳았다. 결국 이번 대화를 계기로 정상적인 여야관계의 회복을 기대했으나 별로 성과가 없는것 같아 안타깝다.

앞으로도 이번과 같은 ‘국민과의 대화’ 방식을 고집한다면 그것은 국력만 낭비할 뿐이다. 전문가 중심의 집중토론 방식을 채택하든지 해서 내실있는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 야당에도 TV채널 이용권을 주어야 한다. 반론권이 보장돼야 여야의 생산적인 토론으로 발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저녁 황금 시간대에 3개방송 모두가 동원되는 것도 문제다. 정부의 TV채널 독점은 개인의 채널선택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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