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두 분께 편지를 씁니다. 학교 다닐 때는 어버이날에 편지를 매번 올렸는데 나이를먹으면서 이마저도 까맣게 잊고 사니죄송한 마음뿐입니다.
대학 때 전공과 다른 일을 하고 싶다고 어머니를 졸라 디자인학원을 다니면서 적지않은 돈을 썼죠. 다행히 IMF사태 직전 디자인회사에 취직을 했고 부모님께 적은 액수지만 용돈을 드리는 보람도 느꼈습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회사가 부도나는 바람에 회사를 떠난지 벌써 1년이 다 돼가는군요. 실직의 좌절감과 실망감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다른 곳에 취직하려고 지난 가을부터 여기 저기 뛰어다니고 있지만 최종 심사에서 탈락할 때마다 인생이 한 계단씩 내려앉는 느낌입니다.
아버지가 회사를 퇴직하신 뒤 마련한 가게를 넓히면서 요즘 힘들어 하시는 모습을 볼 때마다 자식된 입장에서 내색도 못하고 애만 태웁니다.
여기 저기 안 아픈 곳 없는 두 분. 여섯 자매가 효도 한번 변변히 못하고 걱정만 안겨드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너무 걱정마세요. 저희들에게 베풀어주신 은혜를 갚을 수 있도록 반드시 재기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쑥스러워 한번도 하지 못한 말, 오늘은 하고 싶습니다.
어머니 아버지, 사랑합니다.
김지은(서울 관악구 신림본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