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4대개혁 거품 많다

  • 입력 1999년 2월 24일 19시 26분


정부가 추진해온 4대 경제개혁의 현주소는 어디인가. 사람이나 기관에 따라 답하는 번지수가 상당히 틀리는 것 같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24일 기자회견에서 “금융 기업 공공부문 노사문제의 4대 개혁을 차질없이 진행시켜왔다”고 자평하고 그 성과가 위기타개의 밑거름이 됐다는 인식을 내비쳤다.

때마침 외국의 몇 기관도 한국의 개혁에 대한 평가를 내놓았다. 미국의 세계적 투자은행인 골드만 삭스는 금주에 배포한 ‘아시아 위기 4개국의 금융구조조정 종합분석 보고서’에서 “한국의 은행들은 여전히 정부의 금융정책도구로 이용되고 있으며 은행에 대한 정부의 개입은 너무나 뿌리가 깊어 내부로부터의 개혁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미국 밀켄연구소도 2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이 1년간 시행해온 구조개혁은 실패했다”면서 “5대 재벌에의 경제력 집중은 더욱 심해졌고 금융개혁은 금융기관들의 파산을 피하는 수준에서 멈췄으며 정리해고는 정부의 승인이 떨어져야 가능한 수준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관치(官治)금융이 국제통화기금(IMF)사태를 부른 경제위기의 뿌리라고 누누이 지적해왔다. 그리고 금융개혁의 목표를 ‘자율적 책임성 확립과 상업적 경쟁력 확보’에 두었다.

그러나 골드만 삭스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상업성에 우선을 둔 자율금융관행이 뿌리내리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또 지금까지의 금융개혁이란 것은 앞으로 얼마나 더 늘어날지 모를 국민부담 위에서 이루어진 부실처리 과정이었다.

한편 정부는 기업투명성 제고, 상호지급보증 해소, 재무구조 개선, 총수의 법적 책임 강화, 주력기업 중심의 계열사 개편 등을 재벌개혁의 중간목표와 수단으로 설정했다.

그러나 정부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이들 과제를 달성하기 위한 제도적 틀을 정비해 재벌들로 하여금 이에 호응토록 유도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오히려 빅딜로 불리는 대규모 사업교환이나 업종별 회사통합을 강압적으로 추진하는 데 더 많은 힘을 쏟았다.

그 부작용이 장기간에 걸쳐 나타날 것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노사문제에선 기업구조조정과 고용조정간의 원칙이 불분명해지고 있으며 한편으로 노사정위원회 붕괴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공공부문의 경우 솔선수범은커녕 개혁에 가장 미온적이며 여전히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상태에 빠져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개혁의 성과를 과대포장하면 진정으로 이루어야 할 개혁이 미루어지거나 물 건너갈 우려가 있다. 정부는 지금 개혁의 거품을 걷어내고 개혁추진의 원칙을 재점검해야 한다. 특히 ‘DJ주식회사’라는 소리까지 낳고 있는 관치의 깊숙한 손길을 거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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