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창]황현규/그리스 고교생 『입시지옥』시위

  • 입력 1999년 2월 24일 19시 27분


반도(半島)의 나라 그리스는 한국과 비슷한 점이 많다. 한국처럼 부존자원이 없어 무역의존도가 높다. ‘입시지옥’ 현상도 비슷하다.

요즘 그리스에서는 대입제도 개편으로 인해 정부와 학생들 사이에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그동안 ‘선지원 후시험’제도를 시행하다가 최근 고교 3년간 내신성적으로 대학진학을 결정하는 내신제 입시제도가 발표됐다. 예비 수험생인 고교생들이 정부 정책에 반발하는 시위가 발생했다.

고교생들은 지금까지 대입시험 준비만 잘하면 됐는데 이제 고교 생활 내내 대학진학을 위해 내신에 신경써야 하므로 그만큼 피곤해졌다고 주장한다.

그리스에는 종합대학이 19개에 불과하다. 학부모들의 교육열이 높아 과외수업이 성행하고 있다. 대입경쟁이 치열해 매년 대입 희망자의 3분의 1 정도만이 대학에 진학하는 실정이다.

국무총리까지 나서 학생들을 설득하고 있으나 쉽게 해결될 기미는 없다. 시내 중심도로는 ‘입시지옥이 싫다’는 학생들의 시위 행렬로 교통체증이 생긴다. 큰 혼란은 없다. 시위대가 지나가고 나면 언제 시위가 벌어졌느냐는 듯 금세 평온을 되찾는다. 차량 진입이 통제된 대로를 지나가는 시위행렬 속에서는 환하게 웃는 어린 학생들의 얼굴이 천진스럽다. 젊음을 발산하고 싶은 욕구가 그대로 드러난다.

학생들의 시위행렬은 질서정연하다. 그리스 정부는 다소 철없어 보이는 어린 학생들의 주장을 외면하지 않는다. 민주주의의 꽃을 피운 그리스 민족의 진면목을 보는 듯 하다.

황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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