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권노갑씨의 정계 복귀

  • 입력 1999년 2월 25일 19시 24분


권노갑(權魯甲)씨가 국민회의 고문으로 추대되어 당에 공식 복귀한 것을 놓고 정가에서는 여러 얘기가 오가고 있다. 그가 맡은 당고문은 일반적으로는 실권이 없는 명예직이지만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의 각별한 관계로 누가 뭐래도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97년 2월 한보사건과 관련해 2억5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권씨는 징역5년형이 확정돼 복역중 작년1월 형집행정지로 민간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다 지난해 8·15특사때 사면 복권됐다. 이어 일본에 머물다 귀국한 것이 지난해 말이다.

비리 정치인이 구속된 지 꼭 2년만에 집권 여당 고문으로 정치 일선에 다시 나서는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우리 정치인에게는 아무리 법원이 준엄한 판결을 내려도 소용없다.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사면 복권을 받고 다시 유권자 앞에 나서는 경우를 우리는 수없이 목격해 왔다. 오죽하면 한국국회가 세계에서 가장 전과자가 많은 곳이라는 말까지 나올까.

권씨 본인은 물론 억울하다고 할 것이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처럼 전(前)정권에 의해 정치적으로 희생된 것이라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보가 ‘환란의 주범’이라는 사실은 이미 분명해졌다. 그같은 사실을 규명하기 위한 청문회가 끝난 것이 바로 며칠 전이다. 권씨는 그 한보로부터 뇌물을 받은 죄로 복역한 정치인이다. 권씨의 정계복귀가 좋게 보이지 않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가 국민앞에 나설 수 있는 시기인지 의문이다.

정치의 후진성을 벗고 정치개혁을 본격적으로 하자면 우선 정치권이 떳떳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러나 정치권은 비리 혐의가 있는 의원의 구속을 피하기 위해 계속 방탄국회를 여는가 하면 일부 의원들의 불구속처리를 위한 밀실 담합의 흔적도 없지 않다. 거액 수뢰혐의로 구속됐던 공직자가 얼마되지 않아 사면복권의 특전을 받고 국회의원이 돼 의정단상에서 큰소리를 치는 경우도 있다. 그들은 자신이 저지른 과거 부정행위나 범죄는 철저히 호도한 채 다른 사람의 단죄를 주장한다. 정치권의 그같은 비 양심적 작태는 한국정치의 질과 내용을 지금처럼 조악하게 만들었고 국민의 정치 혐오감을 더욱 자극한 것이 사실이다.

동교동계의 맏형으로 불리는 권씨 주변에는 이미 막강한 세력권이 형성되어 있는 듯하다. 그러나 진정한 정치개혁을 위해서는 지난날의 낡은 정치, 패거리정치의 모습은 사라져야한다. 구태정치가재현돼서는 안된다.21세기를눈앞에 둔 지금, 우리의 정치판도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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