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히트했던 영화 ‘프로펫쇼날’은 금지됐다기보다는 ‘의외의 사랑’이 소재였다. 가무잡잡한 글래머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가 명사의 딸 역을 맡아 관객을 사로잡았다. 그녀를 납치해간 산적이 성격파 잭 파란스였다. 명사는 딸을 찾기 위해 버트 랭커스터 등 총잡이들을 고용한다. 그러나 랭커스터가 총 싸움 끝에 찾아 낸 명사의 딸은 산적과 껴안고 떨어질 줄 모른다.
▽‘금지된 사랑’은 율법이 엄격한 사회에 많게 마련이다. 지난달 파키스탄 상류층 정치인의 딸과 천민 청년 사이의 러브 스토리가 외신을 탔다. 두 연인은 계급의 벽을 넘어 몰래 결혼식까지 올린 뒤 가족과 고향을 버리고 도주하다가 붙잡혔다. 이들은 곡절 끝에 출국이 허용돼 뉴욕에 살고 있다. 그러나 이란 법원은 작년 2월 독일 무역상과 사랑에 빠진 이란 의과대학 여대생에게 사형선고를 내렸다.
▽슬픈 사랑 이야기에서는 대개 사회제도가 억압자 역을 한다. 국가정보기관 요원의 국제결혼 금지는 그들이 국익의 선봉장이기 때문이다. 96년 6월 미 국무부는 모스크바 주재원들에게 러시아인과의 ‘달콤한 관계’규제령을 내렸다. 냉전시절 구소련 정보기관의 위협때문에 규제했던 것을 다시 끌어낸 것이다. 정보활동은 총성없는 전쟁에 비유된다. 정보요원의 사랑에 국경이 있어야 한다는 요구도 그래서일 것이다.
김재홍 <논설위원〉nieman9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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