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좋은학교 나쁜학교

  • 입력 1999년 2월 26일 19시 17분


▽지난해 여름 고3학생들 사이에 ‘들꽃반’이라는 자조적인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그 발단은 이렇다. 한 여고에서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따로 모아 이른바 ‘명문대반’을 운영했다. 학교측은 이들이 공부하는 교실에 에어컨을 달아 주며 격려했다. 그러나 나머지 학생들은 선풍기 몇대로 무더위를 견뎌야 했다. 이 모습은 TV에 그대로 소개됐다. 학생들이 명문대반을 ‘장미반’이나 ‘백합반’으로, 나머지를 ‘들꽃반’으로 부른다는 말과 함께.

▽교사가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도 학생들은 쉽게 마음의 상처를 받는다. 자칫 그 상처가 깊어지면 아이들 장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가 있다. 이를 막기 위해 교사는 학생 입장을 최대한 존중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한마디로 수요자 중심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전부터 강조되어온 문제인데도 교육현장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변화를 느낄 수 없다.

▽서울시교육청이 최근 초등교사 전보발령를 내는 과정에서 전산착오가 발생해 인사가 엉망이 되고 말았다는 소식이다. 하지만 정작 학부모 입장에서 신경이 쓰이는 것은 서울시내 초등학교를 ‘가’급과 ‘나’급으로 나누고 있다는 사실이다.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학교여건이 비교적 좋은 곳이 ‘가’급이고 나머지가 ‘나’급에 속한다. 교사들은 서로 ‘가’급 학교를 원하기 때문에 자격연한을 채운 교사들 사이에서도 인사때마다 신경전이 벌어진다고 한다.

▽이번 인사혼선에 대한 교사들의 반발은 결국 이같은 ‘가’급 선호현상을 반영하는 것이다. 교사들 입장에서 보면‘가’급이 여러 의미에서 ‘좋은 자리’라는 것이다. 그런데 ‘가’ ‘나’급 분류 기준이 교사들의 학교 선호도만을 본 것이지, 교육적 측면이나 학생의 입장이 고려된 게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다. 이런 식의 분류라면 차라리 없애는 편이 낫지 않을까.

홍찬식〈논설위원〉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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