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서울 조합아파트 청약과열]「자릿세」현실

  • 입력 1999년 2월 26일 19시 48분


이상 과열현상을 빚은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대우드림아파트 조합원 신청접수 현장엔 26일 수천명의 인파가 몰린 가운데 새치기 시비에다 투기꾼과 폭력배까지 가세하고 자릿세가 거액에 거래되는등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대우건설과 넥서스건설이 추진하는 대우드림타운조합아파트(2천4백66가구)에는 계약금조로 미리 돈을 낸 4천2백85명을 포함해 이날 하루동안 5천여명이 조합원 신청접수를 마쳤다. 대우건설측은 모집정원에 관계없이 줄 선 사람은 모두 신청서를 받아주기로 했다.

이날 아침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하이트맥주공장부지. 모델하우스가 설치돼 있는 이 일대는 분양접수를 하기 위해 이틀 밤낮동안 자리를 지킨 신청희망자 6천5백여명으로 인해 마치 피난민촌처럼 보였다. 얇은 스티로폼을 땅바닥에 깔고 앉은 이들은 거의 녹초가 된 표정이었다.

25평형 대기자였던 강모씨(31·서울 강서구 등촌1동)는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릴 줄은 미처 몰랐다”면서 “주최측에서 너무 무책임하게 분양방침을 정한 것 아니냐”며 불평했다.

오전 7시경부터 밤샘을 한 가족들과 교대하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이 엉키면서 여기저기서 새치기 시비가 생겼고 고함이 터져나왔다.

8시부터 청약접수를 시작하기로 했던 대우와 넥서스측 직원들은 물론 경찰 3개 중대와 대우에서 고용한 현장 정리요원 4백여명도 마치 군사작전을 짜듯 투기꾼과 새치기하는 사람들을 몰아내기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33평형을 신청하기 위해 24일 새벽부터 줄을 섰다는 황모씨(25·회사원·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는 “25일 새벽부터 투기꾼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새치기를 하거나 별도의 줄을 만들어 놓고 다른 사람에게 자리를 팔았다”며 화를 냈다. 모델하우스 주변에선 ‘자릿세’가 평형별로 수십만원에서 최고 수백만원에 거래된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았다.

신청서 접수는 줄서기에 늦은 일부 사람들이 만든 대기열을 해산시키느라 2시간40분이 지연된 오전 10시40분에야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줄에서 밀려난 사람들의 저항도 심했다. 부부가 같이 나왔다가 밀려난 강모씨(35)는 “회사에서 휴가를 얻어 이틀밤을 꼬박 자리를 지켰고 계약금을 내기위해 2년간 부어온 적금 1천만원까지 깼는데 이렇게 밀어내면 어떡하냐”며 울음을 터뜨렸다.

〈황재성·박윤철기자〉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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