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페리, 訪北 기회 갖기를

  • 입력 1999년 2월 28일 19시 56분


북한이 미국의 윌리엄 페리 대북정책조정관의 방북(訪北)문제에 대해 ‘기꺼이 검토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미국 CNN방송이 최근 보도했다. CNN의 보도 내용이 북한측의 공식 입장은 물론 아니다. 북한은 페리의 방북문제에 대해 아직까지는 별다른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고 있다. 따라서 평양당국의 의중이 CNN 보도와 같다면 한반도 현안해결을 위해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12월 한국 일본 중국을 방문했던 페리는 다음주 초 다시 이 지역을 방문해 미 의회에 제출할 대북(對北)정책 보고서 내용에 대한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이 보고서의 의회제출 시한이 이달말임을 감안하면 본격적인 작업은 이번 순방을 마친 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는 그 가닥이 우리의 대북 포용정책과 큰 마찰이 없는 것 같아 다행이다. 세부사항에서 한미(韓美) 두나라가 이견을 보이는 부분이 있다면 이번에 말끔히 해소하기 바란다. 그러나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페리보고서에 대한 북한의 태도일 것이다.

북한도 우리처럼 페리보고서의 핵심 당사자다. 그런 북한이기 때문에 페리보고서가 일방적인 한미일(韓美日) 등의 입장만 반영할 것이라는 불만과 거부감을 가질 만하다. 북한측은 자신들의 처지에서 사안을 설명하고 견해를 분명히 밝히기 위해서도 페리측을 만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같다. 페리측도 마찬가지다. 북한의 의견을 들어 보는 것이 여러가지로 유익할 것이 틀림없다. 그 보고서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자면 북한측의 호응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같은 호응을 유도하기 위해서도 북한측의 의견개진은 필요하다고 본다.

페리의 방북시기도 가급적 빠른 것이 좋다는 판단이다. 페리는 보고서 작성중, 또는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한 후에 평양을 방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한 후가 되면 그것은 보고서에 대한 설득이나 설명을 위한 방문이 된다. 시간이 너무 촉박한 것은 사실이지만 가능하면 보고서 제출전에 평양을 방문해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 북한의 입장을 더 살려 주는 모양새가 아닌가 생각한다. 또 그렇게 하는 것이 페리보고서의 효용을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

페리의 방북은 북한체제의 개방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만일 페리가 북한을 방문하면 그는 94년 지미 카터 전대통령 이후 평양을 방문하는 가장 영향력있는 미국인사가 된다. 페리가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을 비롯한 북한의 고위인사들을 직접 만난다면 그동안 누적되어 온 서로간의 불신과 적대감정 해소에 큰 도움을 주는 기회가 될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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