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지구촌/아사히]학교 일장기게양 강요 반대

  • 입력 1999년 3월 2일 19시 28분


졸업식에서 히노마루(일장기)를 게양하고 기미가요를 제창하는 문제로 의견대립이 계속되던 일본 히로시마(廣島)현의 고교교장이 목숨을 끊었다. 그는 게양과 제창을 명령한 현교육위원회와 ‘강제’에 반대하는 교사들 사이에서 고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입학식과 졸업식에서 히노마루 게양과 기미가요 제창은 89년 학습지도요령 개정으로 사실상 의무화됐다. 그러나 히로시마현에는 기미가요를 부르는 학교가 적다. 교직원노조 등이 기미가요의 가사가 국민주권이나 평화이념에 모순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히로시마현 고교졸업식의 기미가요 제창률은 18.6%로 전국평균 80.1%를 크게 밑돌았다.

이 때문에 문부성은 지난해 5월 현교육위에, 현교육위는 지난달 현립고교장에게 직무명령을 내려 완전실시를 요청했다.

히노마루 기미가요 문제는 전쟁과 역사에 대한 견해와 맞물려 성인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우리는 그것을 일률적으로 학교에 적용해 학생들에게 지도하라고 강제하는데 반대한다.

문부성은 때마침 고교학습지도요령을 발표했다. ‘학생 스스로가 배우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자는 것이 주안점이다. 기본적으로 이를 찬성한다.

그런데도 히노마루 게양과 기미가요 제창만은 위에서 강요하고 있다. 이는 시대흐름에 역류하는 느낌이 든다.

졸업식과 입학식을 어떻게 치를 것인가는 학교별로 상의해서 나름대로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히노마루와 기미가요의 의무화는 지도요령에서 삭제해야 한다.

〈정리·도쿄〓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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