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홍성철/「기상 예비특보」와 「늑대소년」

  • 입력 1999년 3월 2일 19시 28분


이솝우화에 나오는 ‘늑대소년’ 이야기는 거짓말을 자주 하면 나중에는 진실을 말해도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기상청이 3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예비특보제’는 ‘늑대소년’ 이야기를 연상시킨다.

예비특보제는 앞으로 발생가능성이 있는 악천후의 종류와 예상구역, 일시 및 내용 등을 특보에 앞서 발표하고 방재기관은 이를 보고 재해방지에 필요한 예비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기상청은 이를 위해 예비특보가 ‘준특보’와 같은 효력을 갖도록 관계기관과 협의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상청은 예비특보의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지난해 여름에 발생했던 집중호우를 예로 들고 있다.

당시 기상청에서 수차례 집중호우와 관련된 기상정보를 발표했지만 방재기관들이 이를 일상적인 것으로 여겨 피해가 커졌으므로 효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

그러나 바로 이 대목에 함정이 숨어 있다. 기상청은 예비특보가 틀렸을 경우 다시 기상정보를 발표해 이를 수정하면 된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예비특보와 수정된 기상정보가 반복되다 보면 예비특보의 신뢰성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예비특보제는 기상재해에 대한 기상청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라는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

신속한 기상예보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이 제도의 취지는 백번 옳다. 그러나 기상청의 예보가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예보가 늦어서라기보다 정확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부정확한 예보가 남발되다 보면 오히려 더 큰 재해를 불러올 수 있다. 기상청은 ‘늑대소년’에게서 교훈을 얻어야 할 것 같다.

홍성철<사회부>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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