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대정부질문]햇볕정책…정치자금…DJ1년 공방

  • 입력 1999년 3월 3일 19시 42분


3일 국회 대정부질문은 상당히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오랜 대치정국으로 본회의장에서 모처럼 얼굴을 맞댄 여야의원들이 대정부질문을 통해 격렬한 공방을 벌이거나 ‘돌출발언’으로 인한 돌발사태가 벌어지면 다시 경색정국으로 치달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이날 여야의원들의 공방은 치열했다. 8명의 질문자 중 4명을 차지한 한나라당은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 대해 무자비할 정도로 ‘창’을 휘둘렀다.

이사철(李思哲)의원은 “현 정부 1년은 문민독재라고 비난받던 김영삼(金泳三)정권보다 훨씬 더 반의회적이고 반민주적”이라고 몰아붙였다.

박헌기(朴憲基)의원은 독한 맘을 먹은 듯 시종 김대통령을 맹타했다. “집권 1년 동안 편파 보복사정으로 의회정치를 말살하고 소위 ‘Join or Jail’전략, 즉 ‘여당으로 올래, 아니면 감옥 갈래’전략으로 야당파괴에만 골몰하고…” “북한에는 포용정책을 추진하면서 힘없는 야당은 강풍으로 씨를 말리는 말살정책을 펴고…”라는 등의 말이 거침없이 나왔다.

홍준표(洪準杓)의원은 이른바 DJ비자금을, 이신범(李信範)의원은 대북햇볕정책을 물고 늘어졌다.

국민회의의 ‘방패’도 만만치 않았다. 이영일(李榮一)의원은 “김대통령이 대북포용정책을 정립, 추진함으로써 처음으로 외교정책다운 정책을 가진 나라가 됐다”면서 “김대통령의 일련의 대북정책을 ‘김대중평화독트린’으로 정리하는 게 외교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추켜세웠다.

김경재(金景梓)의원은 한나라당의 마산 구미 장외집회와 ‘방탄국회’ 소집을 거론하며 “한나라당이 지역당이냐, 사당이냐”고 공격했다.

이처럼 질문자들의 입은 매우 거칠었지만 이를 지켜보는 여야의원들의 고함이나 야유는 생각보다 훨씬 약했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2일 기자회견을 계기로 여야관계가 해빙국면을 맞고 있는 점을 다분히 의식한 ‘자제’로 보였다.

실제로 국민회의 의원석에서는 이런 대화도 오갔다. “저런 대통령 비난발언은 문제삼아야 하는 것 아니냐” “분위기가 분위기니만큼 이번에는 참아야….”

〈문 철기자〉fullmo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