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대정부질문]野, 2與 내각제갈등 부추겨

  • 입력 1999년 3월 3일 19시 42분


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여야 3당은 연내 내각제개헌에 대해 저마다 다른 시각을 나타내며 3각공방을 벌였다.

자민련은 당내 강경파인 이인구(李麟求) 이동복(李東馥)의원을 대표주자로 내세웠다. 이인구의원은 먼저 “내각제 합의를 한 97년 11월에는 외환위기가 눈앞에 닥쳐왔던 시기였다”며 “IMF사태가 왔기 때문에 개헌을 늦추거나 바꾸어야 한다는 것은 자가당착의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에게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내각제공동추진위를 언제 구성할 것이냐고 추궁했다.

이동복의원은 당초 원고에 포함돼 있던 통일외교안보 관련 내용을 삭제하고 순전히 내각제 문제만 거론했다.

그는 특히 “3월말까지 내각제 개헌추진위 구성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자민련은 공동정부에 잔류할 명분이 소멸되며 공동정부의 도덕적 기반도 붕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나라당은 질문자로 나선 의원 4명 전원이 내각제 문제를 거론하면서 자민련 편을 들었다. 홍준표(洪準杓)의원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97년 대통령선거에서 99년말까지 내각제 개헌을 약속한 뒤 당선돼 임기가 2년이라면서 “현 정권이 대통령 임기 유지에 급급해 내각제 약속을 버리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박헌기(朴憲基)의원도 “(김대통령과 김총리가)개헌이라는 국가적 대사를 호주머니 안의 노리개처럼 주무르는 것은 국민을 기만 조롱하는 행위”라고 가세했다.

이사철(李思哲)의원은 “내각제는 말 그대로 내각이 정국운영을 전적으로 책임지는 제도인 반면 대통령제는 김영삼(金泳三)정부처럼 대통령이 황제적 권한을 가지고 계속 통치하는 제도”라며 내각제 지지 의사를 내놓고 밝혔다.

이신범(李信範)의원은 “도대체 연내에 개헌을 할 것인지 여부를 분명히 밝히라”고 다그쳤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계속 내각제에 우호적인 견해를 밝히자 자민련 의원들은 “잘했어” “옳소”라며 반겼다.

그러자 국민회의 김경재(金景梓)의원은 “김총리가 내각제 홍보에만 급급해 국정홍보는 등한히 하고 있다” “김총리가 어제 총리 취임1주년 기념간담회에서 ‘내각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공동정권이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그랬는데 이는 좀 심한 발언 아닌가”라며 김총리를 비난했다.

그는 또 “내각제개헌이 자민련만의 열정으로 가능하다고 보느냐”면서 현실적인 어려움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당초 원고에 포함돼 있던 내각제 불가론은 당직자들의 만류로 언급하지 않았다.

답변에 나선 김총리는 “21세기 선진대열에 진입해 책임정치를 구현하기 위해선 내각제가 바람직하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면서 “대통령은 대통령 나름대로의 차원이 있어 이를 이해하면서 조심스럽게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개헌 약속은 반드시 지켜질 것”이라며 “다만 시기와 방법 등을 진지하게 생각하면서 하루하루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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