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송상근/국방부관료-군의관 보신주의

  • 입력 1999년 3월 4일 19시 37분


소문만 무성하던 의병(依病)전역 비리문제가 이번에 사실로 밝혀지게 된 계기는 97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야당이던 자민련은 의병전역을 둘러싸고 금품거래가 오가는 사례를 자체적으로 확인해 국방부에 추가자료를 요청하고 4개월 뒤 임시국회에서 대책마련을 촉구했었다.

의원들은 그 해 10월 국무총리실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를 거론했지만 국방부 간부들과 실무자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모르쇠’로 일관하던 국방부는 정권교체로 여권이 된 자민련의 국방전문위원이 지난해 10월 청와대에 진상조사를 요구하자 그때서야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그리고 보름도 안돼 2백명에 가까운 위법전역자를 적발했다.

국방부가 처음부터 야당의 주장에 귀를 기울일 수는 없었을까.

힘센 곳만 의식하고 높은 분 눈치를 살피는 데 익숙한 해바라기성 군 간부와 관료들이 여전히 많다는 느낌이다.

다음은 전문가 집단의 도덕성. 일부 군의관들은 돈에 눈이 어두워 멀쩡한 사람을 환자로 만들어줌으로써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돈으로 사고 팔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을 조장했다.

특히 군병원에 근무하는 군의관들은 의무조사위원회에서 다른 군의관이 사병들의 질병에 대해 허위판정을 내려도 ‘의학계의 관행을 이유로’ 묵인한 사례도 있었다.

허위판정을 하거나 비리를 묵인하고 전역한 군의관 50여명은 지금 우리 사회 어디에선가 하얀 가운을 입고 환자를 상대하고 있을 것이다.

의병전역 비리는 군과 관료, 그리고 전문가 집단의 뿌리깊은 보신주의와 폐쇄성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하다.

송상근<사회부>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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