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최고의 인재만 모인다는 대장성은 경제를 최악의 상황에 이르게 한 ‘주범’으로 몰려 국민의 호된 질책을 받고 있다. 게다가 뇌물을 받은 대장성 관리들이 잇따라 체포되면서 도덕성마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같은 사례들을 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자칫 비약이 될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실력이 꼭 성적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진리를 일깨워 주는 점이다.
▽비슷한 사회흐름을 반영하는 연구결과가 국내에서도 나왔다. 고학력자일수록 연고에 집착하고 질서의식과 비판의식도 떨어진다는 교육개발연구원의 조사가 그것이다. 연고주의는 합리주의 정착을 가로막는 한국적 병폐다. 비판의식의 부재는 부패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배우지 못한 사람이 더 민주적이라는 사실은 그야말로 아이러니다. 교육의 실패라는 얘기가 나올 법 하다.
▽우리 사회는 고학력시대에 접어든지 오래다. 고교진학률이 100%에 근접하고 대학진학률은 일반고교의 경우 80%가 넘는다. 세계적으로도 인구당 대학생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에 속한다. 그래서 고학력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을 나눠놓고 교육 문제를 운운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결국 우리 사회 구성원 전체가 연고주의에 빠져있다고 보는 게 더 타당하지 않을까. 이런 구습에서 벗어나는 것이 합리에 근거한 민주사회를 앞당기는 길이다.
홍찬식 <논설위원〉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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