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부 양극화 심화
김대중(金大中·DJ)정부도 이제 2년차에 접어들었다. 과연 2년차의 징크스를 깨고 개혁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느냐, 못하느냐의 고비가 바로 99년이다. IMF외환위기를 벗어난 것이나, 극렬한 폭력시위가 없어진 것, 그리고 미(美) 일(日) 중(中)과의 관계를 개선한 외교적 성과 등은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최근에 돌아가는 모양을 보면 불안하고 걱정스러운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정책의 혼선, 행정의 난맥상을 여지없이 드러낸 국민연금확대실시 문제와 한일어업실무협상 문제라는 데는 정부여당도 이견이 없다.
이런 잘못의 재발을 막는 방안은 제때에 책임을 물어 책임행정의 기율을 세우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책결정 및 집행과정의 문제점을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리라. 그런데 김대통령은 주무 장관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지금은 장관을 바꿀 필요성도 계획도 없다는 말을 되풀이한다. 왜 그럴까. 자만인가, ‘준비된 대통령’의 자신감인가. 그도 아니면 책임을 져야할 보건복지부장관과 해양수산부장관이 모두 공동정권을 구성하고 있는 자민련 몫이기 때문일까. 두 여당이 내각제를 약속한 사이여서, 두 장관의 문책이 혹시 공동정권 운영에 무슨 탈이라도 생기게 할까 하는 두려움때문인가. 이런 이유로 국민의 소리를 외면한다면 이 정부는 ‘국민의 정부’가 아니다.
이번 문제가 된 두 장관과 작년 12월 전격적으로 쫓겨난 배순훈(裵洵勳)전정보통신부장관의 책임비중을 보면 어느 쪽이 더 무거울까. 보는 이의 가치기준에 따라 다르겠으나 이번 두 장관의 책임이 배장관의 그것보다 무거우면 무거웠지 결코 가볍지는 않다고 본다. 배장관은 작년 12월 16일 전경련 초청 최고경영자월례조찬회에 참석, 대우와 삼성의 빅딜에 대한 문제점을 거론한 것이 해임사유였다. 배장관은 이틀후인 12월18일 경질됐다.
IMF위기극복, 참 대견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치른 대가는 전례없는 실업자 양산이다. 실업률은 사상최고인 8.5%, 1백80만명의 실업자가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게다가 더욱 염려스러운 것은 부(富)의 양극화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고위공직자 재산변동신고 결과를 보면 10명 중 7명이 재산이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1년동안 일반국민은 경제위기감에 눌려 숨죽이고 살아왔다. 또 대단한 카리스마인 김대통령에 대한 기대와 애정 때문에 참고 지내왔다. 그러나 지나고 보니 있는 사람만 재산이 늘어난 꼴이 됐다.
▼공동정권 한계 보여
국민의 입장에서 분통이 터지는 것은 일반 기업들은 너나없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계속 해오고 있는 반면 정치권과 공공부문은 개혁의 무풍지대인 것처럼 보이는 현실이다. 특히 정치개혁은 한발짝도 진전이 없다. 정치개혁의 대전제가 될 권력구조의 문제, 즉 내각제를 언제 어떻게 한다는 딱 부러지는 얘기가 없이 두 김씨(DJ―JP)사이에 선문답같은 말만 오가고, 국회의원들은 두 사람의 입만 쳐다보고 있으니 뭐가 진전될 리 없다. 여기에서도 공동정권의 태생적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면, DJ정부는 겸허한 자세로 난국을 헤쳐갈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인데도 요즘의 자세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청와대는 원맨쇼 수준의 ‘국민과의 TV대화’에 시청자의 86%가 공감했다느니, 김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영남지역에서도 70%가 넘는다느니 하면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그대신 비판적인 소리를 내는 사람에 대해서는 ‘반개혁’이라 몰아세운다. 정치검사 물러가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확보하라는 일선 검사들까지도 ‘반개혁’이라고 몰아붙이지 않았나. 컬러시대에, 비판의 소리를 ‘반개혁’으로 몰아붙이는 식의 흑백논리가 무섭다. 벌써 ‘IMF형 독재’라는 말까지 나돈다.
DJ정부는 어깨 힘을 빼고 자세를 낮춰야 한다. 그래야만 ‘2년차 징크스’를깰수있다.
어경택〈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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