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에서 기차를 내려 버스로 갈아탈 때를 떠올리니 ‘여기가 바로 천국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의 60% 정도가 보행자이며 그 절반은 길을 건너다 사고를 당하고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 운전자들은 보행자 보호에 소홀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선진 각국은 다르다. 보행자 위주의 교통문화가 뿌리를 내렸다.
▼횡단보도
프랑스 파리의 가장 큰 번화가인 샹젤리제 거리. 횡단보도를 건너다 빨간 신호로 바뀌어도 뛰는 사람이 없다. 무단횡단하는 보행자도 당당한 모습이다.
그도 그럴 것이 프랑스의 도로교통법 219조에 ‘50m 이내에 횡단로가 없을 경우에는 시계(視界) 차량의 속도 등을 고려해 긴박한 위험이 없음을 확인한 후 차도를 횡단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9조는 ‘횡단보도는 육교 지하도 및 다른 횡단보도로부터 2백m 이내에 설치하여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독일 교통안전협회 안드레아 베르크마이어(43)는 “독일에는 신호등이 없는 제브라(얼룩무늬) 횡단보도가 많은데 이 곳은 무조건 차량이 사람을 보호해야 하는 곳으로 가장 안전한 횡단보도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속도제한
지구독일의 본 하이델베르크 함부르크 브레멘 등 주요 도시에는 엄마와 아이가 손을 잡고 걸어가는 그림과 함께 ‘Zone 30㎞’라고 씌어있는 표지판이 곳곳에 세워져 있다. 차량이 시속30㎞ 이상 달려서는 안되는 곳이다.
또 영국 일본 네덜란드 등은 보행자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주택가 지역을 보행자 특별 보호지역으로 지정, 차량속도를 제한하고 있다.
▼자전거
프랑스 파리의 대표적 관광코스인 센강변 자동차 전용도로도 일요일에는 구간에 따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차량통행이 제한된다. 대신 자전거를 탄 시민들이 강변의 경치를 즐기며 바람을 맞는다.
이는 96년 시행된 자전거 이용 증진 계획(벨로 플랜·Velo Plan)에 따른 것. 현재 파리시는 50㎞에 달하는 동서, 남북 축의 간선 도로에 자전거도로를 확충하는 사업을 추진중이다.
독일의 고속전철 ICE를 비롯해 지하철 전차 등에는 모두 자전거를 실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정석박사는 “자동차보다 보행자나 자전거에 우선 순위를 두는 정책 철학의 변화가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본·파리〓전승훈기자〉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