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명재/정세영씨의 「눈물」

  • 입력 1999년 3월 7일 20시 40분


정세영(鄭世永)현대자동차명예회장이 5일 현대자동차를 ‘퇴장’하면서 흘린 눈물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 눈물에는 ‘32년 직장’을 떠나는 아쉬움 외에도 현대자동차 앞날에 대한 ‘경영자’로서의 걱정까지 묻어 있음직 하다.

지난주 며칠새 현대 일가에서 벌어졌던 일은 사람들에게 일단 흥미진진한 ‘재벌가의 드라마’였다.

하지만 그게 한 집안의 일로만 머무를 수는 없었다. 수만명의 종업원이 일하고 있는 현대차는 나라 경제를 좌우할 만큼 거대한 기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런 현대차의 장래를 걱정하는 심정은 물러난 정명예회장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당연한 일이다.

걱정스러운 일들은 실제로 이미 일어나고 있다. 최고 경영자가 바뀌면서 현대차의 베테랑 경영진들이 줄줄이 회사를 떠나고 있거나 그럴 예정이다. 대신 그 자리엔 ‘비전문가’들이 앉게 될 것 같다.

새로 현대차 경영에 관여한 어떤 이는 “자동차 관련 책을 구해 공부를 많이 했다”고 말하지만 “자동차사업은 머리로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는 정세영회장의 말을 되새길 만하다.

작년 현대차 노동자들의 파업 사태 때 회사측은 “하루에 수백억원씩 손실을 보고 있다”고 노조원들을 비난한 적이 있다. 비록 파업 때처럼 손실의 규모를 계량화하기는 힘들겠지만 오랜 세월에 걸쳐 단련된 전문 경영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것은 파업못지않게 큰 손실을 회사에 안겨줄 수도 있다.

새로 입성할 비전문 경영진의 오류와 실책, 미숙함으로 초래될지도 모르는 손실을 최소화할 방안 마련도 시급한 과제다.

현대 일가로선 “집안 재산을 나눈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싶겠지만 ‘현대차는 국민의 차’라고 평소 주장했던 것도 현대다.

현대가 지금 홀가분해 할 수만 없는 것은 바로 그런 저런 이유들 때문이다.

이명재<정보산업부>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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