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학교 짓밟는 경찰

  • 입력 1999년 3월 8일 18시 58분


경기지역 경찰이 최근 절도혐의가 있는 고교생을 교실에서 수갑까지 채워 연행한 것은 교육적 견지에서 용납할 수 없는 처사다. 더구나 경찰은 교장의 동의도 없이 이런 일을 저질렀다니 심각한 교권침해 사례가 아닐 수 없다. 학교는 물론 치외법권(治外法圈)이 아니다. 하지만 경찰이 언제든지 들어가 일방적으로 학생을 연행할 수 있다면 이미 학교라 할 수 없다. 경찰이 작년 연말 체벌혐의가 있는 교사를 현행범처럼 학교에서 연행, 교육공무원법상의 불체포특권을 무시한 데 이은 또 하나의 폭거다.

학교는 교장을 비롯한 교사들의 교권과 학생에 대한 교육적 입장이 최우선으로 존중돼야할 특수구역이다. 따라서 교직원이나 학생 중에 범법(犯法)혐의자가 있다 하더라도 학교는 특별한 배려가 필요한 곳이다. 법집행을 위해서라면 교육이 희생돼도 어쩔 수 없다는 법률만능주의식 발상은 곤란하다. 교장이나 교사의 사전동의와 협조라는 교육적 절차가 존중돼야 마땅하다. 특히 학생을 연행할 경우 해당학생과 교우들이 입을지도 모르는 마음의 상처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경찰이 같은날 고교 세 곳을 방문해 혐의가 있는 학생 3명을 똑같은 방법으로 연행하려한 사실을 우리는 주목한다. 이중 한 학교에서는 수갑을 채워 연행하는데 성공했으나 다른 두 곳에서는 교사들의 항의로 수갑을 풀어줬다는 보도다. 경기경찰청은 학생연행이 필요할 경우 교장에게 통보해 협조를 받도록 최근 일선경찰서에 지시했다고 한다. 그런데 왜 그 지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는가. 학교를 무시하는 경찰의 못된 버릇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 아닌가 여겨진다.

학생은 설사 비행(非行)을 저질렀다 해도 선도위주로 다뤄야할 대상이다. 아직 인격과 신체가 덜 성숙된 단계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비행학생의 경우 기소과정에서 최대한 선도하는 방향으로 처리하고 있다. 이러한 정신은 연행과정에서부터 필요하다. 그 정신이 일선경찰에까지 파급되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없다. 검거하지 못할 경우 경찰상부의 책임추궁이 두려워 연행에만 신경쓰기 때문이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도대체 문제가 어디에 있는 것인지, 경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밀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학교는 미래의 주인공들을 기르는 곳이다. 교육현장이 외부의 힘에 의해 황폐화한다면 꿈나무가 자랄 터전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경찰은 관련경찰관들을 엄격히 징계해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교육을 무시하는 경찰의 악습은 하루빨리 고쳐야 할 개혁대상이다. 학교가 짓밟히면 우리의 교육은 희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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