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개혁 일정 밝혀라

  • 입력 1999년 3월 8일 18시 58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올해 국정목표인 정치개혁이 방향조차 제대로 서지 못해 혼란만 더해 주고 있다. 지금은 무엇을 어떻게 개혁하겠다는 건지, 도무지 헷갈릴 뿐이다. 우선 개혁일정이라도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각 분야도 흔들리지 않는다. 스스로 중심을 잡아 제 할 일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권력구조 개편의 핵심인 내각제 개헌문제는 더 말할 것 없고 정당과 선거제도 등에 대한 개혁작업도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정치권에서 진지한 논의가 진행되는 것은 없고 여기저기서 혼란만 가중시키는 얘기들만 나온다. 민주사회이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들이 표출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정상적인 논의 절차나 토론의 장(場)은 생략한 채 무분별하게 개인 생각을 얘기하는 것은 백해무익한 일이다.

김정길(金正吉)청와대정무수석의 중대선거구제 거론도 바로 그런 범주에 든다. 김수석은 7일 중대선거구제문제가 마치 정치권의 주요 논의사항인 것처럼 말했다. 그러나 그 말이 나온 직후 조세형(趙世衡)국민회의 총재대행은 “여권이 중대선거구제는 검토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하루가 지난 어제는 박지원(朴智元)청와대공보수석이 중대선거구제로 변화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아니며 소선거구제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식으로 김수석 발언을 해명했다. 부랴부랴 진화 작업을 했지만 국민이 보기에는 한심한 여권의 해프닝이다.

내년 4월12일의 16대 총선을 제대로 치르려면 선거 1년 전인 다음달 12일까지 정당법 선거법 등에 대한 개혁작업이 완료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지난해 12월 여야가 공동으로 출범시킨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낮잠을 자는 격이다. 한 일이 별로 없다. 정치권이 끊임없는 소모적 정쟁과 파쟁에만 휩싸이다 보니 개혁논의는 아예 뒷전으로 밀려난 것이다. 지금의 여야가 과연 정치개혁에 대한 어떤 원칙과 철학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정치개혁은 무엇보다 여당이 앞장서서 추진해야 한다. 그런데도 여당은 그동안 ‘의원빼내기’에만 몰두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서상목(徐相穆)의원 한사람을 위해 방탄국회 소집에만 열중했던 한나라당의 책임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나라당은 과거 집권경험을 가진 정당이다. 이제는 정치개혁이라는 대의를 위해 좀더 정책정당다운 면모를 보여야 한다.

여야 총재회담도 곧 열릴 전망이다. 이번 총재회담은 무엇보다 정치개혁문제를 심도있게 다뤄 이 문제가 진전되는 계기를 마련하기 바란다. 여야 합의로 정치개혁의 청사진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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