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황혼이혼소송’이 화제가 되면서 여러 여성단체들이 김씨를 강사로 초빙, 그의 사연과 ‘앞선 의식’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또 한국여성단체연합은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김씨를 ‘99년 여권신장의 디딤돌’로 선정하기도 했다.
김씨가 이처럼 바쁜 나날을 보내게 된 것은 심각한 수준에 이른 우리 사회의 노년부부 갈등을 용감히 표면화하고 행동으로 이를 극복하려한 모습 때문인 것 같다.
‘한국 노인의 전화’에 따르면 ‘백년해로’라는 전통적 가치관이 무너지고 있는 조짐이 감지된다.
가족관계 상담중 노인부부 관계 상담비율이 95년 15%에서 98년 25%로 늘었고 재판을 통해 이혼한 60세이상 노부부의 수가 97년 한해동안 7쌍에서 작년에는 7,8월 두달동안 11쌍이나 됐다.
이는 노부인들도 이제 더이상 일방적으로 양보와 희생을 강요당하는 결혼생활을 용납하지 않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같은 사실들과 맞물려 ‘가부장적 가치관’과 ‘여권신장의 가치관’이 크게 대립되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황혼이혼’에 대한 관심표명이 여느때보다 진지하고 김씨가 그 선두에 선 느낌이다.
그러나 김씨는 한 인터뷰에서 “정말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늙었어도 헤어질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에 앞서 “헤어진다는 생각을 할 필요 없는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었다”는 ‘소망’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점 또한 간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완배<사회부>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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