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접대도박」

  • 입력 1999년 3월 8일 19시 10분


우리는 도박을 죄악시하는 편이지만 도박을 레저나 놀이문화로 인정하는 나라도 적지 않다. 미국은 복권 경마 등 도박산업이 할리우드영화보다도 부가가치가 높다고 보고 적극 육성하고 있다. 스포츠경기에 돈을 거는 일이 일상화된 나라도 많다. 정신분석학자들은 인간이 꼭 돈 때문에 도박에 빠져드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누구에게나 ‘이기고 싶은 본능’이 있으며 그런 성향이 도박으로 나타나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회심리학자들은 도박의 확산이 소외계층의 급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생존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성공한 사람보다 실패한 사람의 숫자가 많아질 수밖에 없으며 실패한 사람들은 그만큼 도박심리에 젖어들기가 쉽다는 것이다. 구조조정의 홍역을 치르고 있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많은 대목이다. 그래서 도박을 무조건 금지하는 것보다는 일정 범위 내에서 합법화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책이라고 도박 옹호론자들은 주장한다.

▽우리도 경제성장기를 거치면서 각종 도박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식사나 술자리 등의 모임에서 고스톱을 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여가수단으로 정착되지 않고 불건전한 방향으로 발전해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각종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공무원들에게 일부러 돈을 잃어주는 이른바 ‘접대도박’이다.

▽접대도박은 직접 돈을 주고 받는 것보다 심적 부담이 덜하기 때문에 뇌물수수방법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최근 울산에서는 접대도박에 참여하지 않은 기업체 간부가 공무원들의 따돌림을 받은 끝에 자살을 했다고 한다. 접대고스톱을 치지 않았다고 따돌리는 것은 뇌물을 요구하는 것보다 어쩌면 더 죄질이 나쁜 행위다. 도박 옹호론자들에게조차 이런 방법은 도박을 모독하는 짓으로밖에 비치지 않을지 모른다.

홍찬식 <논설위원〉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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