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개혁 대상 1호’라는 말은 전혀 과장이 아니다. 그런 정치권이지만 제손으로 개혁을 할 것으로 믿는 국민은 별로 없다.
정치개혁을 위해 활동하는 시민단체들의 활동은 그래서 더욱 관심과 참여를 필요로 하는 분야로 꼽힌다.
정치개혁이 절실한 만큼 최근 부쩍 활발해진 정치개혁 시민운동은 특별한 주목의 대상이다.
이미 몇 해 전부터 여러가지 형태의 정치개혁을 위한 시민운동이 계속돼 왔다. 부정선거 감시활동에서부터 국회의원 출결석 점검, ‘노는 국회’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 제기, 청문회 감시 등에 이르기까지.
시민단체들의 정치개혁을 위한 의정(議政)감시, 정치권 감시 활동은 질적으로도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주고 있다.
정치사찰여부를 놓고 열띤 공방전을 야기한 국회 529호실 사건에 대한 시민단체들의 활동은 대표적인 사례.
정치개혁시민연대 등 8개 시민단체 대표들로 구성된 시민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손봉숙·孫鳳淑)는 당시 국민회의 한나라당은 물론이고 국가정보원(옛 안기부)까지 방문해 관련자료를 요청하는 등 ‘조사활동’을 벌였다.
시민단체들의 의정감시활동은 올해 한 단계 비약을 준비중이다. 정치인들이 말로만 외치는 ‘책임정치’를 실천에 옮기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든다는 것.
책임정치가 한국 정치의 문화로까지 자리잡을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작업을 해보겠다는 것이다.
올해 작업의 핵심은 국회 상임위원회와 법안심사소위원회의 투명성 감시.
국회는 상임위 중심이다. 법안 심의와 각종 주요 현안에 대한 토의, 여론수렴 활동 등 입법활동이 모두 상임위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그런 상임위가 부실과 파행, 불법청탁과 ‘떡고물 챙기기’의 온상으로 전락했다는 비난까지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정부나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을 축조심의하는 각 상임위의 법안심사소위는 소위위원으로 위촉된 몇몇 여야 의원들과 관련 공무원들만 참석할 수 있다. 언론의 취재도 허용되지 않는 말 그대로 철저한 비공개 회의로 진행된다.
지난해 정기국회에 제출된 규제개혁법안들이 상임위에서 무더기로 변질 또는 보류되고 이익단체의 로비설이 무성했던 것도 법안심사과정의 이같은 ‘불투명성’에 1차적 원인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의정감시단의 양세진(梁世鎭)간사는 “아직은 시작단계이지만 상임위 법안심사소위에서부터 의정활동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우리 정치에서 가장 결핍돼 있는 ‘책임정치’의 틀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정감시단의 명칭을 ‘책임정치 시민모임’이라고 한 것도 그 때문이라는 것.
양간사는 국회 사정 때문에 시민단체들이 직접 법안심사소위를 모니터할 수 없다면 최소한 언론에라도 공개하고 반드시 속기록을 만들어 누가 무슨 말을 했고 어떤 과정을 거쳐 심사가 이뤄졌는지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들은 또 아직 제도화돼 있지 않은 상임위원회 방청은 물론 시민단체들이 연대해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는 국정감사를 전방위적으로 감시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시민단체들의 의정감시활동이 곧바로 책임정치를 이뤄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70년에 출발해 오늘날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의정감시활동 시민운동단체로 성장한 ‘커먼 코즈(Common Cause)’가 신뢰를 얻는 데는 10년 이상의 세월이 필요했다는 사실은 참고할 만하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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