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美 금창리사찰 타결이후

  • 입력 1999년 3월 15일 08시 13분


북한의 금창리 지하시설 핵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북―미(北―美)협상이 사실상 타결됐다는 소식이다. 양측은 14일 뉴욕에서 13일째 협상을 계속한 끝에 최종 합의문안 작성을 논의하는 단계로 들어갔다고 한다. 북한이 금창리 지하시설에 대한 여러차례의 사찰을 받아들였다는 것은 큰 성과임에 틀림없다.

미국의 윌리엄 페리 대북정책조정관이 지난주 방한했을 때만 해도 미국 여론주도층은 북한의 태도를 회의적으로 보았다. 그러나 이번 협상 타결로 북한 문제를 경제제재나 군사적 수단을 통해서가 아니라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미국내에서도 점차 설득력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주목해야 할 대목이 적지 않다. 우선 94년10월 제네바핵합의가 타결됐을 당시 한국과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위협이 사라질 것으로 믿거나 그렇게 기대했다. 그러나 북한은 핵개발을 동결하겠다는 기본합의문을 작성한 제네바협상 이후에도 새로운 금창리 핵의혹을 야기했다. 그리고 그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미국측의 현장접근 요구를 거부해 왔다. 결국 미국은 식량을 지원해 주기로 하고 현장접근을 얻어낼 수 있었다. 북한이 앞으로 핵의혹을 다시는 일으키지 않으리라는 확실한 보장은 어디서도 구할 수가 없다. 한미일(韓美日)은 북한과 지속적으로 대화와 교류 노력을 기울이되 북측의 이렇게 반복되는 ‘의혹야기 전술’에도 대비해야 한다. 특히 대북 일괄타결안을 내놓은 정부가 이런 대비책을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주문이다.

이번 뉴욕협상에서 북한측은 금창리 사찰의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60만t의 식량지원 약속을 받아냈다. 미국은 대북 식량지원이 사찰 대가가 아니며 그와는 별개의 인도주의 정신에 바탕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식량지원 약속을 합의문에 명문화하자는 북측 요구에 미국이 난색을 표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그러나 대규모 식량지원이 북한을 달래기 위한 당근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에 대한 미 의회내 강경론자들의 불만은 한미 양국 정부가 대북 포용정책을 펴는데 큰 짐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뉴욕협상이 타결된 후엔 한미일의 대북정책이 포용쪽으로 기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러나 북한의 미사일 재발사계획 포기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숙제다. 또 화학생물 무기분야에서도 북한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핵 뿐만 아니라 미사일과 화학생물 무기에 의한 위협도 제거해야 한다. 북한이 대량살상 무기를 더 이상 개발 생산하지 못하게 하는 실질적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보다 공고한 한미일 공조체제가 그래서 더욱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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